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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성취감 있는 삶과 행복한 지역사회
기사입력 2020-01-23 07:00:10.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콜롬비아의 보고타시는 20년 동안 평등과 경제발전은 도시를 매개로 이룰 수 있다고 믿으며 다양한 시도를 하였다. 엔리케 페냘로사가 1997년에 도시에서의 행복한 삶을 약속하며 시장에 당선된 이후 후임 시장들도 그의 철학을 발전시켰고, 2016년부터 현재까지 페냘로사 시장이 재임하고 있다. 페냘로사 시장은 “개발은 부유해 지는 것이 아닌 더 나은 삶의 방식을 의미하며, 쇼핑센터에 갇히지 않고 야외에서 그림을 그리거나 언덕을 걷는 것이 더 행복하고 문명화된 삶”이라고 말해 왔다. 보고타의 벽에는 무수히 많은 그라피티가 그려져 있다. 대부분 6개월쯤 지나면 다른 작가가 그 벽면을 사용할 권한을 갖기 때문에 거리에서 그라피티를 하는 예술가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이같이 사람들이 자유롭게 예술활동을 하며 행복을 추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보고타는 유목민처럼 사는 외국인이 많고 그들은 공간에 구애받지 않는 직업을 갖고 있다. 나는 유럽, 남미, 아시아 등에서 온 8개국 국가의 사람들을 쉽게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었고, 그들은 덴마크 코펜하겐 내의 마이크로네이션 ‘크리스티아니아’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들은 외국인들과 창조적인 일을 함께 하며 재미있는 삶을 살고 싶은 이유로 그곳에서 살고 싶어했다. 그때 나는 한국에도 이 같은 마을이 생기는 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 보았다. 한국에 돌아온 후 그곳과 유사해 보이는 ‘괜찮아 마을’을 방문해 보았다. 그곳은 새로운 시도를 지원하는 기업 ‘공장공장’이 운영한다. 마을 내에서는 누구나 원하는 일을 직업으로 만들어서 함께 수익을 창출하는 협업을 한다. 주택, 가게, 사무실, 대안학교 등을 운영하기 위해 빈 공간을 거주 공간과 모임 공간으로 개조하며 지역사회에 새로운 일거리가 생기고 상권이 되살아나고 있다.

  우리나라 청년들이 창업한 이러한 기업은 코뮌, 즉 수평적 구조를 갖고, 공동의 신념을 추구하며 자원을 공유하는 공동체에 가깝다. ‘공장공장’그룹은 ‘말도 안 되는 일을 계속하는 실험주의자들’이라고 자칭하며 ‘괜찮아 마을’ 외에도 다양한 일을 시도한다. 진천군에서 신선 식품을 배송하며 농업기술을 연구하는 기업, ‘만나 CEA 농업회사법인’은 10만여 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사우디아라비아, UAE 등에 스마트 농업기술을 수출하고 있다.

‘스테이폴리오’는 서울 서촌에 한옥이나 차고 등을 숙박 및 유희 공간으로 개조하여 하나의 호텔처럼 이용할 수 있도록 ‘숙박 플랫폼’을 만들었다. 더 나아가 장기전세로 임대하거나 전국 숙소를 자유롭게 옮겨 다니며 거주하는 유목적인 주택, 청장년층이 10년 장기 임차하는 주택 등 다양한 주거모델을 구상하고 있다. 이러한 기업의 공통점은 자기가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주변의 네트워크와 함께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사회갈등지수가 높은 편이고 계층문화가 만연해 있다. 이런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 지역 사회와 기업의 공생은 중요하다. 공기업이 아니더라도 소기업이 지역 내에서 공적인 역할을 하며 주민들과의 커뮤니티를 활성화할 수 있다. ICT기술은 물리적 공공공간을 대신해 커뮤니티 플랫폼을 구축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괜찮아 마을’의 대표는 마을에 큰 갈등이 빚어지지 않기 위해 커뮤니티를 시스템화하는 방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방식은 다르지만 ‘공장공장’은 목포, ‘만나CEA’는 진천 그리고 ‘스테이폴리오’는 서촌을 중심으로 각자의 분야에서 자신들만의 강점을 가진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그리고 새로운 기업의 플랫폼 안에는 다양한 방식의 건축 프로젝트와 도시재생 방법이 제시되어 있다.

  일본의 도시재생 중에는 창조적 인재를 지역사회로 영입했던 사례가 있다. 도쿠시마현의 가미야마정은 초고속 인터넷망을 갖추어 16개 IT기업 지사가 도쿄에서 이곳으로 이전했고, 해외 예술인의 창업도 이어져 유입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아키타가타시 가와네지구는 초고령 지역에서 미술관, 레스토랑, 민박 등으로 연령대별 일자리를 창출했으며, 사단법인 ‘NOTE’는 사사야마성 등 과소 지역을 변화시켰다. 미래학자 엘빈 토플러는 1980년 그의 저서 <제3의 물결>에서 탈공업 시대를 예측했다. 산 속의 집에서 시대를 앞서가는 지식 노동자가 일하는 첨단 마을을 상상했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고 있는 지금 전 세계적으로 이런 모습은 현실이 되고 있다. 하고 싶은 일을 찾는 이들은 일의 방식과 장소를 달리 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중소도시로 많은 인구가 분산될 수 있다. 이것은 공업시대가 시작된 이후 쇠퇴한 촌락에 균형을 잡는 새로운 힘이 될 것이다. 엔리케 페냘로사 시장의 신념처럼 우리나라도 지역 간 균형이 경제발전을 이루어 행복한 지역사회로 거듭나기를 빌어본다.

 

이지은(LH 토지주택연구원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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