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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퍼 컴퍼니 척결’ 취지는 좋지만…구태행정 답습 경기도
기사입력 2020-01-15 06:40:09.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지역제한경쟁 적격심사 선순위 대상

등록기준 실태조사 통해 입찰 반영

업체들, 지나친 서류 제출 비효율적

폐지한 주기적 신고보다 과도 호소

정부의 규제 혁파와 엇박자 지적도

 

 

 

# 경기지역의 건설사인 A사는 최근 경기도로부터 등록기준 관련 실태조사를 받았다. 도에서 발주한 2억원대 공사의 적격심사 대상자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관련서류 준비에만 꼬박 3일이나 걸린 A사는 “추후 다른 공사에 적격심사 대상자로 선정될 경우 또 조사를 나올 것”이라는 도 관계자의 말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A사 관계자는 “이럴 거면 주기적 신고는 왜 폐지를 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라고 혀를 찼다.

정부가 경제 활성화를 위해 규제 개혁과 철폐를 강조하고 있지만, 일선 지자체에서는 강력한 행정력을 앞세워 또 다른 규제를 양산하고 있다. 경기도의 ‘사전단속 제도’가 대표적이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경기도는 건설업 불공정 거래질서를 조장하는 페이퍼 컴퍼니를 뿌리뽑겠다는 이재명 도지사의 정책의지에 따라 지난해 10월부터 사전단속 제도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사전단속 제도는 도에서 발주한 추정가격 1억원 이상 10억원 미만의 지역제한경쟁입찰에 응찰한 적격심사 선순위(1∼3위) 업체에 대해 등록기준 등 실태조사를 실시해 낙찰자 결정에 반영하는 것이다.

해당 제도는 분명 순기능이 존재한다. 도는 지난해 10∼12월 40개 공사에 응찰한 선순위 업체 115개사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18개의 등록기준 미달 업체를 적발했다고 최근 밝혔다. 뿐만 아니라 입찰공고문에 ‘계약배제’ 등의 불이익을 명시해 입찰단계부터 페이퍼 컴퍼니가 발을 못 붙이게 한 결과, 3억원대 토목공사 입찰 경쟁률이 10월 477대 1에서 12월 403대 1로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지역업체들도 페이퍼 컴퍼니 근절이라는 제도 도입 취지에 대해 십분 공감하고 있다.

문제는 운영방식이다. 일단 선순위 업체가 준비하는 서류의 양이 상당하다. △건설기술인 보유증명서 △기술자자격증 사본 △4대 사회보험 사업장 가입자 명부 △건설기술자 보유현황표 △표준재무제표증명 △등기사항전부증명서 △건물등기부등본 △건축물대장 △건설기술인 배치현황 △자본금 점검 준비자료 △사무실 임대차계약서 사본 등 기본적인 것만 11가지다. 여기에 기술자 급여명세표 등 기타 서류도 조사 담당자의 요구에 따라 제출해야 한다.

서류 준비에만 수일이 걸릴 수밖에 없다.

B사의 경우 국내 건설현장 현황 자료를 요구받아 경기지역 현장만 제출했더니, “다른 지역의 현장은 왜 뺐느냐”라는 핀잔을 받기도 했다.

조사에는 예외가 없다. 회사 규모가 크든 작든 무조건 조사를 받아야 한다. 예컨대 시공능력평가액 1ㆍ2위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도 지역 내 업체라면 조사대상이 된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한 차례 조사를 받았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조사의 유효기간은 4개월. 이 기간이 지난 뒤 선순위에 걸리면 다시 조사를 받아야 한다. 산술적으로 1년에 최대 3차례 조사를 받을 수 있다.

정부 정책에 역행할 뿐 아니라 행정 낭비라는 지적이다. 특히 같은 해 수차례 조사를 받는 것은 2018년 2월 폐지된 주기적 신고보다 과도한 처사라는 게 지역업체들의 하소연이다.

C사 관계자는 “정부는 건설업 규제 완화를 위해 3년마다 실시했던 주기적 신고를 폐지하는 대신 실태조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런 식의 실태조사라면 차라리 주기적 신고를 하는 편이 더 낫다”라고 토로했다.

그는 “연말에 실시하는 실태조사까지 포함하면 1년 내내 조사만 준비하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D사 관계자는 “등록기준은 연말 결산 때 맞추는 것으로 수시로 바뀌지 않는다. 4개월마다 동일한 기준을 살펴보는 것은 서로가 피곤한 일일 뿐”이라고 항변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는 사전단속 제도의 긍정적인 면을 봐달라고 당부했다. 도 관계자는 “업체 입장에서는 번거로울 수 있겠지만 경각심을 심어주기 위해 꼼꼼한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시ㆍ군의 동참도 적극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각 시ㆍ도는 건설산업정보센터(키스콘)의 의심업체를 대상으로 매년 실태조사를 하고 있다. 조사 대상은 평균 종합건설사가 3000여개, 전문건설사가 1만1000여개 수준이다. 2019년 기준 전체 등록업체가 종합이 1만2992개사, 전문 5만3122개사인 것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편이다.

 

정회훈기자 ho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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