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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창] ‘박달이’와 ‘금봉이’
기사입력 2019-09-16 07:00:12.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회사 안에 세 마리 애완견을 키웠다. ‘리트리버’라는 견종인데 한 배였던 두 마리는 내가 사는 마을의 전설을 따라 이름을 ‘박달이’와 ‘금봉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다른 한 마리는 따로 ‘나루’라고 불렀다. 세 마리 모두 사람을 잘 따르고 순해 정이 갔지만 성견이 되고 나니 사료 값을 감당하기도 힘들뿐더러 관리하기가 벅찼다. 그래서 ‘금봉이’를 지인에게 분양하고 두 마리만 키우기로 했다. 그랬더니 남아 있던 ‘박달이’가 헤어지던 날 저녁부터 밥을 먹지 않기 시작했다. 무척 미안했지만 형제끼리 같이 살다 헤어진 거라 뭐 그러려니 했다. 그러나 그런 나의 안일함이 결국 탈이었다. 불과 3일 만에 싸늘한 시체로 마주하게 된 것이다.

  서운한 마음과 죄책감으로 서둘러 분양했던 ‘금봉이’를 되찾아 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금봉이’가 시름시름 밥을 먹지 않았다. 이런저런 음식을 먹여 보고 항생제 비슷한 약까지 주사해 봤지만 또다시 사흘을 버티지 못하고 ‘박달이’를 따라 저세상으로 갔다. 더럭 겁이 났다. 아니나 다를까 이튿날부터 ‘나루’마저 밥을 먹지 않고 비실대기 시작했다. 급한 마음으로 동물병원에 입원시킨 끝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었다. 사람의 치료비와는 비교가 어려울 만큼 많은 치료비가 들어갔지만 그나마 다행이었다.

  결론적으로 병명은 급성 ‘파보바이러스’라는 일종의 전염병이었다. 그러나 그와 같은 전염병에 걸리게 만든 것은 형제 간의 생이별이 분명해 보인다. 상처받은 마음에 밥을 먹지 않은 것을 발단으로 면역력이 약해져 그런 병에 걸리게 된 것이리라. 그리고 남은 개들에게 차례로 전염시킨 것이다. 생각이 그렇게 귀결되자 오래전 여우를 사육하는 분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여우는 새끼를 세 마리 정도  낳으면 그중 한 마리를 죽이는 어미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죽인 새끼를 사료를 주는 주인 앞에서 흔든다고 하는데 내 새끼 다 죽었으니 데려갈 생각은 꿈도 꾸지 말라는 경고 같아서 깜짝 놀랐다고 했다.

  맞다. 여우처럼 자식을 향한 부모애든 ‘박달이’와 ‘금봉이’처럼 떨어지기 싫었던 진한 형제애든 짐승이라고 인간과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다. 머리가 좋든 나쁘든 생각이 있는 동물이라는 점에서 같은 것 아니겠는가.

  이제 꼬리치던 두 녀석은 내 곁에 없다. 그러나 지금 나는 그들이 남긴 교훈과 같이 있다. 미안하고 또 미안한 일이지만 삶이란 결코 돌이킬 수 없는 것. ‘박달이’와 ‘금봉이’‘가 내게 남기고 간 교훈이라도 오래오래 간직하는 것으로 보답하려 한다.

 

백두현(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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