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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수별 계약에 치우친 대법원
기사입력 2019-09-11 06:40:09.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영일만항 공사 담합소송 관련

‘소멸시효 5년 완성’ 원심 깨고

서울고법으로 다시 돌려보내

차수별 계약시점, 기산점 삼아

손배청구 시효여부 결정 해석

업계 “정부편에 선 판결” 지적

 

 

대법원이 지난해 장기계속공사의 공기연장 간접비 판결에 이어 또다시 장기계속공사에서 총공사기간이 아니라 차수별(연차별) 계약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다분히 정부의 예산 절감 편에 선 판결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대법원은 최근 정부가 ‘포항 영일만항 외곽시설 축조공사’와 관련해 공사비를 담합한 건설사들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를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일부 승소 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이 사건의 핵심은 장기계속공사의 ‘차수별 계약’과 담합에 대한 소멸시효다. 국가재정법(제96조 제1항)에서는 불법행위에 대한 소멸시효를 5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낙찰사인 A사는 2010년 3월 이 공사의 최초 계약과 함께 총공사기간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같은 달 2차, 2011년 1월 3차, 2012년 1월 4차 계약을 체결하고 2014년 7월 공사를 완료했다.

사건은 2014년 12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입찰 참여 건설사들이 투찰가격을 미리 협의하는 등 부당한 담합행위가 있다고 적발하면서 불거졌다. 이후 정부에서는 2015년 11월 “담합행위로 인한 공사 계약 체결로 손해를 입었다”면서 10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정부는 A사 외에 당시 입찰에 참가한 BㆍCㆍDㆍE사도 함께 피고인으로 고소했다.

피고인 건설사들은 해당사업의 최초 계약이 2010년 3월에 체결된 만큼 정부가 소를 제기한 2015년 11월은 시효의 소멸로 해석했다. 1ㆍ2심도 이를 인정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판결문에서 “차수를 나눠 공사계약을 하는 경우에는 각 계약 때마다 계약 상대방이 이행할 급부의 구체적인 내용 등이 비로소 구체적으로 확정된다”면서 “차수별 계약 시점을 기산점으로 삼아 손해배상 청구권 소멸시효 완성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서울 지하철 7호선 공기연장 간접비 판결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당시 대법원은 ‘장기계속공사의 총공사기간은 인정되지 않는다. 차수별로 간접비를 구하라’는 식의 판결을 내렸다. 문제는 차수별 계약이 총공사기간에 관계없이 발주기관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신규 차수가 무한대로 늘어나더라도 간접비는 발생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법조계 관계자는 “대법원이 예산과 관련된 판결에 다시 한번 눈을 감았다”면서 “계약은 상대가 국가라도 쌍방이 동등한 위치에서 체결된다. 시공사의 귀책사유로 공사기간이 늘어날 경우 가차없이 지체상금을 물리는 것과는 정반대의 해석”이라고 지적했다.

 

정회훈기자 ho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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