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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산책] 테너 에른스트 헤플리거 탄생 100주년
기사입력 2019-07-04 07:00:11.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필자는 한때 존재했던 ‘예비역 사관후보생’이라는 제도의 혜택을 받고 1986년 8월에 입대했다. 6개월간 훈련을 받으면 장교 계급장을 달고 제대하는 석사장교였다. 개인의 사물 소지는 불허한다는 통보를 받았지만 좋아하는 음악을 반년이나 완전히 끊고 지낸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다. 그래서 압수당할 각오로 워크맨과 카세트테이프 2개를 들고 경북 영천의 훈련소에 입소했다. 카세트 중 하나가 20개의 노래로 구성된 프란츠 슈베르트의 연가곡 ‘아름다운 물방앗간의 아가씨’였다. 음원은 스위스 테너 에른스트 헤플리거(1919∼2007)가 노래한 것이었다. 덕분에 훈련을 마칠 때까지 밤에는 잠시나마 이어폰을 통해 음악을 들을 수 있었다.

 오는 7월6일은 헤플리거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날이다. 헤플리거는 기업인, 학자, 언론인, 정치인들이 모여 세계 경제에 대해 토론하는 국제포럼으로 유명한 스위스의 작은 산악마을 다보스에서 태어났다. 취리히와 빈에서 공부하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적으로 활동했다. 하지만 헤플리거를 전설의 반열에 오른 테너로 기억하는 애호가는 별로 없다. 아무래도 독일권 중심으로, 독일어 레퍼토리에 특화된 ‘전문 가수’에 가까웠던 탓이다. 바흐와 모차르트가 헤플리거의 가장 중요한 영역이었지만 필자에게는 헤플리거의 슈베르트 리트가 가장 깊게 각인되어 있다.

  훈련소에 가져간 ‘아름다운 물방앗간의 아가씨’는 헤플리거가 63세에 이른 1982년에 녹음된 것이었다. 요즘에는 환갑이 지나도 멀쩡한 성악가가 많지만 그 시기엔 그렇지 못했다. 더군다나 이 연가곡의 화자(話者)는 도제 수업을 받고자 길을 나섰다가 물방앗간 처녀에게 반해버린, 결국엔 실연하고 개울물에 몸을 던지는 심약한 젊은이다. 그런데도 한참 나이가 든 헤플리거가 젊은이다운 감수성과 맑은 음색으로 노래하는 것이었다. 게다가 이 음반은 슈베르트 당대에 사용된 방식의 옛 피아노를 사용하여 그 음색의 묘미도 각별하다. 오랜만에 일부러 꺼내 들으며 추억의 명가수를 떠올려 본다.

유형종 (음악·무용칼럼니스트, 무지크바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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