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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길]부산 영도 두 마을, 느리게 걷는 여행
기사입력 2019-04-07 14:14:27.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바다와 삶, 그리고 예술…골목골목 숨겨진 ‘보물찾기’

 

   
흰여울 문화마을에서 바라본 절영해안 풍경.



‘부산에 가면 다시 너를 볼 수 있을까….’ 부산역으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최백호의 노래 ‘부산에 가면’을 반복해서 들었다. 세월의 무게를 품은 그윽한 음색이 마음에 와 닿았다. 부산이라는 도시가 갖고 있는 이미지와도 어울렸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고속열차를 타고 2시간 반 남짓. 잡지를 보고, 음악을 듣다 보니 어느새 부산역에 도착했다.

이제는 멀다고만 할 수 없는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 부산. 바다를 끼고 있는 부산은 바다만으로도 매력적이다. 게다가 산도 있고 오랜 역사를 가진 도시답게 다양한 삶의 모양새를 품고 있다. 부산이라고 하면 해운대를 먼저 떠올리지만 요즘 부산을 좋아하는 이들은 다양한 이유 때문에 이 도시를 찾는다. 이색적인 마을과 골목도 부산을 방문하는 이유 중 하나다.

부산 영도의 마을 두 곳을 찾아갔다. 부산의 근현대 역사를 품은 이곳은 날 좋은 4월 느린 걸음으로 사부작 걸으며 둘러보기 좋은 마을이다. 자연과 예술, 삶의 공간을 넘나드는 부산 골목길 투어. 숨은 보석을 찾듯 흥미로운 여정이 펼쳐진다.



부산 근대역사의 상징, 영도대교

부산 남쪽에 영도가 있다. 예로부터 이 섬에는 명마가 많아 나라에서 경영하는 국마장이 있었다. 영도에서 자란 말이 빨리 달리면 그림자조차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고 해서 ‘끊을 절(絶)’, ‘그림자 영(影)’을 써서 ‘절영도’라 불렀다. 옛 이름인 ‘절영도’에서 ‘절’ 자를 빼고 영도라는 이름이 붙었다.

 

   
오후 2시 영도대교 도개.

 

부산역 맞은편에서 버스를 타면 10분 만에 영도대교에 도착한다. 1934년 개통된 영도다리는 육지와 영도를 이어주는 우리나라 최초 도개식 다리다. 개통 당시에는 하루 7차례씩 다리를 들어 올렸지만 교통난 등으로 1966년 고정됐다가 2013년 11월, 기존 4차선을 6차선으로 복원 개통했다. 지금은 오후 2시에 한 번만 들어 올린다.

 

영도다리 상판이 하늘을 향해 열리면 마치 기세 당당한 로봇처럼 보인다.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장관이라 많은 관람객이 몰린다. 영도대교는 한국전쟁 때 피란민들의 상봉장소이기도 했다. 부산 근대 역사를 상징하는 대표 시설로 꼽힌다.

 



삶의 애환 속에 스며든 예술, 깡깡이 예술마을

영도 들머리 오른편에 깡깡이 예술마을이 있다. 예능프로그램 ‘알쓸신잡3’에 소개되면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깡깡이 예술마을이 위치한 대평동은 우리나라 조선산업의 발상지인 동시에 선박 수리의 메카로 꼽힌다. ‘깡깡이 마을에서 못 고치는 배가 없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지금도 8개의 수리 조선소를 비롯해 260여 개에 달하는 공장과 부품업체, 작업장이 있다.

 

   
1930년대에 지어진 창고에는 공업사와 수리 조선소가 있다. 외관 페인팅으로 활기를 더했다. <깡깡이 마을 수리조선> 정크하우스 



선박 표면에 붙은 녹이나 이물질을 망치로 두드려 제거하는 일을 ‘깡깡이’라고 하는데 주로 아줌마(아지매)들이 이 일을 했다. 지금은 기계를 이용하지만 예전에는 배에 밧줄로 몸을 매달고 온종일 깡깡이를 했다. 깡깡이 아지매 중에는 난청에 이명이 겹쳐 불면증에 시달리는 분들도 많았다고 한다. 대평동은 고된 삶을 이어간 깡깡이 아지매의 애환이 깃든 마을이기도 하다.

 

   
깡깡이 생활문화센터 2층에 자리한 마을박물관은 대평동 수리조선업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와 유물, 작품 등을 전시한다. 



육중한 선박과 기계가 전부였던 이 마을에 몇 해 전부터 예술이 꽃피기 시작했다. 깡깡이 예술마을 조성사업은 문화예술을 통해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도시재생 프로젝트다. 벤치, 가로등, 공원 등 주민에게 필요한 시설을 예술가들이 창의적인 작업을 통해 개선했다. 빛, 소리, 바람, 색채 등 다양한 요소를 활용해 깡깡이마을의 정체성과 환경적 특성을 작품에 반영했다.

 

마을 곳곳에서 예술가들이 작업한 33개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대형 벽화부터 움직이는 오브제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깡깡이 안내센터와 선박체험관, 마을공작소, 마을박물관, 생활문화센터 등을 깡깡이마을 투어의 거점 공간으로 활용한다. 예술가들의 작품만 둘러봐도 마을의 정체성과 지역 역사를 한눈에 알 수 있다.

 

   
깡깡이 마을 아파트 벽 전체에 그려진 벽화 <우리 모두의 어머니> 핸드릭 바이키르히

 

다만,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깡깡이마을은 현재진행형인 산업현장이다. 개인적으로 자유롭게 둘러볼 수도 있지만 가급적 해설사가 동반하는 주말 정기투어를 이용할 것을 권한다. 대평동 일대는 선박 공업소가 밀집해있어 평일에는 매우 혼잡한 편이다. 조선소나 작업장에는 들어가지 말고, 초상권 침해, 기술 유출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 사진 금지 표지가 붙어 있는 곳에서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



부산의 속살을 간직한 흰여울 문화마을

흰여울 문화마을 골목투어의 시작점은 절영로 이송도 삼거리 부근이다. 카페 루블루를 찾으면 쉽다. 마을입구로 들어가면 가파른 절벽에 작은 집들이 다닥다닥 어깨를 맞대고 있다.

봉래산 기슭에서 내려오는 물줄기가 절벽을 따라 바다로 굽이쳐 흐르는 모습이 마치 하얀 물보라 같다고 해서 ‘흰여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마을 전체가 바다를 마주하고 있어 풍경은 기가 막히게 아름답다.

 

   
흰여울 문화마을은 절벽 위에 자리하고 있으며 좁은 길을 따라 집들이 어깨를 맞대고 있다. 



이 마을도 격동하는 한국의 근현대사 속에서 탄생했다. 한국전쟁 당시 피난민들이 산기슭 주변으로 모여들면서 형성됐다. 어렵게 꾸려가던 이곳에서의 삶은 1959년 태풍과 수해에 다시 짓밟혔다. 폐허가 된 마을에 담을 쌓아 정비했고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흰여울 문화마을은 산책길을 따라 손쉽게 걸어서 둘러볼 수 있다. 길은 마을입구부터 시작해 흰여울점빵, 영화 ‘변호인’ 촬영지를 거쳐 이송도 전망대까지 이어진다. 저 멀리 선박 주차장인 묘박지가 보인다. 바다 위에 크고 작은 배들이 떠있어 항구도시 부산임을 실감케 한다. 경기가 좋을 때에는 수십대의 배들이 바다에 빼곡하게 들어찬다고 한다. 매년 새해 0시에는 정박된 배들이 일제히 ‘붕~’하고 뱃고동을 울린다.

마을 곳곳에 마련된 포토존과 전망대가 발걸음을 붙잡는다. 마을 산책 내내 탁 트인 바다를 볼 수 있으니 이 또한 흰여울 문화마을만의 매력이다.

 

   
절영해안 산책로



절벽 아래에는 절영해안 산책로가 있다. 산책로 바닥을 파랗게 칠해 놓아 위에서 보면 마치 파도처럼 보인다. 맏머리계단, 꼬막집계단, 무지개계단, 피아노계단을 통해 해안산책로까지 내려갈 수 있다.

예전에는 해안을 따라 해녀촌이 많았지만, 지금은 단 두 개만이 남았다. 지난해 말에 문을 연 영도 해안터널을 지나면 고운 자갈밭이 이어진다. 체력이 허락한다면 중리해변까지 산책을 즐겨도 좋다.

 

   

 

 

>> 여행 TIP.

해설사와 함께 하는 깡깡이 마을 정기투어는 깡깡이 안내센타를 통해 이용할 수 있다. 투어는 매주 토, 일 오후 2시 출발하며 약 1시간 소요된다.

안내센타 : 부산시 영도구 대평북로 36번길

이용요금 : 6,000원(해설, 마을지도, 음료 포함)

 

깡깡이 예술마을과 흰여울 문화마을에는 실제 주민들이 살고 있고 일하고 있다. 그들의 삶을 방해하지 않도록 에티켓을 지키도록 하자. 두 마을을 꼼꼼히 돌아보기엔 하루해가 짧다. 한 마을 당 한나절 정도는 예상하는 것이 좋다.

 

>>찾아가기

영도대교 : 지하철 남포역 6번 출구 앞

깡깡이 예술마을 : 부산 영도구 대평로 일대

지하철 남포역 6번 출구로 나온 후 영도대교 건너 도보 15분, 버스 이용시 남항동 정류장 하차후 도보 7분

 

흰여울 문화마을 : 부산 영도구 영선동4가 일대

지하철 남포역 6번 출구로 나온 후 영도대교 건너 버스타고 이송도곡각지 정류장 하차

 

글ㆍ사진=박은하(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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