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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은 줄이고, 공사는 빨라지고…BIM은 ‘게임체인저’
기사입력 2019-02-12 06:40:14.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생산성 혁명! 스마트건설이 온다 - 2부 싱가포르] <2> 3D로 설계ㆍ시공하라(BIM)

3D 기반, 모든 시설물 정보 통합

정부, 인력양성ㆍ포상제도 뒷받침

웬만한 건축물은 BIM 설계ㆍ시공

슬림ㆍ효율화로 생산성 향상 주도

1조원 규모 종합병원 수주 따낸

쌍용ㆍ대우건설 현지서 기술 활용

현장 전담인력 규모 50명 달해

“앞으로 BIM 못하면 시장서 낙오”

   
BIM을 통해 3D 모델링된 우드랜즈 종합병원의 착공 13개월 후의 모습.

#1. 터파기 공사가 진행 중인 싱가포르 북부 우드랜즈 종합병원 건설현장. 공정계획 책임자인 권경오 쌍용건설 부장은 발주처 감독관과 현장점검을 할 때면 태블릿PC 하나만 달랑 들고나간다. 권 부장은 “이 안에 설계도면과 시공도면이 다 들어 있다. 점검사항도 클라우드 시스템을 통해 감독관에게 앞서 보고됐기 때문에 현장점검도 빠르다”라고 흡족해했다. 그는 “이 모든 게 BIM을 쓰기 때문에 가능하다. BIM이 없었다면 수백, 수천 장의 도면을 들고나갔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2. 기초와 구조물 공사가 한창인 싱가포르 남서부 T301 지하철ㆍ버스 차량기지 현장. 이곳에 투입되는 파일은 2031개, 철근은 20만2000t에 달하지만, 한치의 오차 없이 일사불란하게 설치되고 있다. 건축공사를 책임지고 있는 조용호 GS건설 부장은 “BIM을 통해 구조물 간 간섭을 사전에 체크하니 공사가 그만큼 빠르고 수월하게 진행되고 있다. 추후에 들어갈 엄청난 규모(5만8000개)의 PC(프리캐스트 콘크리트) 배치도 문제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싱가포르 건설현장이 슬림화, 효율화로 진화하고 있다. 사람으로 치면 다이어트에 열을 올리는 중이라고 할까. 과거에 비해 현장 인력은 줄었고, 공사 속도는 더 빨라졌다는 게 현지에 나가 있는 업체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이를 가능케 한 원동력 중 하나가 바로 BIM(건축정보모델링)이다. BIM은 3차원(3D) 정보모델을 기반으로 형상ㆍ속성 등 시설물의 모든 정보를 통합해 활용할 수 있도록 한 디지털 툴이다.

싱가포르 정부가 건설 생산성 향상을 위해 2010년부터 적극 장려한 BIM은 이제 필수가 됐다. BIM 의무화 대상은 건축 연면적 2만㎡에서 출발해 현재 5000㎡까지로 강화됐다. 웬만한 건축물은 BIM으로 설계ㆍ시공해야 한다.

싱가포르 건설청(BCA) 관계자는 “BIM은 건축물 건설과 건설업계의 관행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디지털 기술이자, 건설 가치사슬의 다양한 분야에 걸친 통합과 협업의 수준뿐 아니라 건설 생산성을 향상시켜 줄 게임 전환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2010년 0.3%에 불과했던 싱가포르의 건설 생산성은 2014년부터 연평균 2%씩 상승하고 있다.

   
T301 지하철ㆍ버스 차량기지를 3D BIM으로 구현한 모습.

싱가포르는 BIM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부단한 공을 들였다. BCA 산하에 BIM 운영위원회를 두고 BIM 가이드를 제작ㆍ배포했고, BIM 어워즈를 만들어 매년 우수한 프로젝트 및 기관(기업)에 포상했다. BIM 가이드는 도입기관, 실행계획, 설계자, 시공자, 컨설턴트, 빌딩운영자, 토지조사자 등 각 활용대상에 따라 맞춤형으로 세세하게 구분되어 있다.

BIM 인력양성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건설분야 정부 교육기관인 BCA아카데미에만 BIM 관련 교육과정이 무려 11개에 달한다. 일반 대학에서도 BIM을 가르친다.

무엇보다 BIM 펀드를 두고 관련업체들의 참여를 유도했다. 제1차 건설생산성 로드맵 기간(2010∼2015년) 동안만 해도 700여개 회사들이 2100만달러의 혜택을 받았다.

사실 이러한 노력에도 싱가포르의 BIM은 여전히 과도기적인 성격이 강하다. BIM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려면 설계단계에서 완벽한 3D 모델링이 이뤄져야 하지만, 이런 케이스를 찾기란 쉽지 않다. 막상 시공을 하려면 일치하지 않는 곳이 종종 나타나 시공사 입장에서는 설계 BIM을 2D 도면으로 끊어 일일이 대조하는 번거로움도 존재한다. 다만, 건축물이 준공된 뒤에는 완벽한 BIM을 발주처에 전달한다. 싱가포르의 BIM은 설계보다는 시공사 위주로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

이로 인해 싱가포르에는 BIM 전문 오퍼레이터와 전문 컨설턴트가 있다. 오퍼레이터는 엔지니어의 지시에 따라 컴퓨터에서 단순히 BIM 작업을 수행하는 인력인 반면, 컨설턴트는 엔지니어급 지식을 바탕으로 설계 BIM을 시공에 맞게 변환해주는 역할을 한다.

   
 BIM은  VR( 가상현실)을 통해 시공 전 사용자의 의견도 반영할 수 있다.

BIM 전문 컨설팅 회사인 빔닥터의 정숭용 싱가포르 지사 대표는 “심하게 말하면 설계 BIM 따로, 시공 BIM 따로다. 그러나 BIM이 활성화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대규모 프로젝트의 경우에는 설계 BIM을 일치시켜 시공하는 곳도 있다”라고 귀띔했다.

쌍용건설과 대우건설이 공동으로 시공하는 우드랜즈 종합병원이 바로 그런 곳 중 하나다. 싱가포르 보건부(MOH)에서 발주한 우들랜즈 종합병원은 지하 4층, 지상 최고 7층짜리 8개 동, 1800병상을 짓는 프로젝트다. 총사업비는 1조원이 투입되며, 공사기간은 33개월이다. 개원을 앞당길수록 빠른 의료서비스 제공이 가능하기 때문에 공기를 최대한 단축하고 있는데 여기에 BIM 활용도를 높인 것이다.

권경오 부장은 “입찰조건에 붙어 있어 샵 드로잉까지 BIM으로 하고 있다. 토목과 달리 건축의 BIM은 정말 힘들다. 우리 현장에 BIM 전담 인력만 50명이나 된다”면서도 “힘들지만 BIM을 제대로 적용해보니 편리한 점도 많다”라고 말했다. 그는 “현장점검뿐 아니라 공정관리도 태블릿PC 하나만 있으면 된다. 페이퍼가 필요 없다. 나중에 건축물을 올릴 때면 천장에 공사가 제대로 된 것과 안 된 것을 쉽게 구별할 수도 있다. 2D 도면으로는 이게 걸러지지 않는다. 특히, VR(가상현실)을 통해 의사ㆍ간호사 등 엔드 유저의 의견도 시공 전에 반영하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조용호 GS건설 부장은 “아직 싱가포르에서도 BIM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BIM을 적용하면 현장 인력은 줄어들지만 대신 BIM 전담 인력을 고용해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가야 할 방향성은 맞다. 과거 캐드(CAD)가 나왔을 때를 생각해 보라. 앞으로 불과 몇 년 후면 싱가포르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BIM을 모르면 설계ㆍ시공을 못 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싱가포르=정회훈기자 ho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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