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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포커스] '세종시 신청사'로 불거진 '공모전 담합' 논란
기사입력 2018-11-05 06:40:18.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구릉\'의 콘셉트로 설계된 마스터플랜에 충실히 따른 현재  세종시 청사 전경. 신청사 설계공모에서도 1단계 참여 26개사 중 15개사가 마스터플랜과 기존 청사와의 연계성을 고려해 저층형 청사를 계획했다. 행안부는 고리 형태의 세종 청사 가운데에 신청사를 세울 계획이다.

 

<건설경제신문>이 ‘세종시 신청사 설계공모전’ 1단계에 참여한 26개 업체의 설계안을 모두 입수해 분석한 결과, 해외에서 참여하거나 해외와 컨소시엄을 구성한 업체들은 모두 저층형안을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목할 만한 점은 15개 저층형 설계안들은 모두 ‘기존의 청사 마스터플랜의 계획 개념과 의도를 이어받아 완성해나갈 것’임을 강조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한 설계안은 “신청사 건물은 기존 마스터플랜에서 제안한 청사 배치와 기본 골격을 유지할 수 있는 선에서 청사의 중앙부는 민주주의 가치를 구현하는 상징적 공간으로 비우겠다”고 제안했다. 고리형의 저층형 청사 건물 가운데를 민주 광장으로 비우려 했던 기존 마스터플랜안에 유의했기 때문이다.

저층형 설계안 대부분은 가운데 광장 공간을 존중하면서 비스듬한 형태로 건물을 4~5층 선으로 올렸고, 일부 설계안은 건물을 2개 동으로 나눴다.

하지만 14~25층 사이의 고층 건물을 설계한 업체들의 설명서에는 기존 마스터플랜에 대한 언급이 없다. 업계와 학계 관계자들이 주목하는 것도 이 부분이다.

한 건축학과 교수는 “전차 사업이 있는 단계에서 본인 설계안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것은 기존 안을 존중하지 않겠다는 발주처 의지를 일부 업체들이 알고 있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발주처 의도를 사전에 입수하는 것은 공모전 당락을 좌우하는 주요한 키다. 발주처 입김이 심사위원들에게도 닿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김인철 심사위원장 사퇴 직후 행복청이 ‘심사 과정에 문제는 없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업계는 고개를 젓는다.

현재 건축설계 공모전 지침에 따르면 발주기관은 소속 임직원을 전체 심사위원 수의 30% 이내에서 위촉해야 한다. 심사위원 7명 중 심사위원장을 제외한 6명에서 2명은 행안부와 행복청 공무원. 언뜻 30%를 딱 맞춘 것처럼 보이지만, 그 외 세종시와 행안부가 추천한 심사위원 2명이 더 있었다.

과반수로 결정되는 심의에서 7표 중 4표가 발주처 표였던 셈이다. 이 가운데 시공사(대우건설) 대표로 참여한 위원이 갑을 관계상 발주처의 의도를 반영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처음부터 5표 몰표가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발주처가 선호하는 설계안을 사전에 입수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문제는 발주처에 접촉할 수 있는 설계사는 대형사이거나 발주처 공무원이 전관예우를 받아 임원 및 대표로 재직 중인 업체로 한정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본지가 직접 올해 발주된 15억원 이상의 공공 부문 현상설계공모전의 낙찰자 리스트를 분석한 결과 상위 20대사가 각종 공모전에서 '싹쓸이' 수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낙찰자를 선정한 64개ㆍ2054억원 상당의 시장을 정해진 업체들이 번갈아 수주한 셈이다. 그나마 중견업체들이 약진한 부문은 공공주택인데, 이들 업체는 LH와 SH 사업을 전문으로 하는 설계사들이다.

7000개 이상의 설계사무소가 있는 시장에서 실제 공모전 수주가 가능한 업체는 한정되어 있는 셈이다.

특히 업계는 5억∼20억원 사이의 공모전에서 문제가 많다고 입을 모은다. 발주처의 입김이 절대적인 수준을 벗어나 발주처 관계자와 연고가 있는 기업들이 수주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5월에 발주된 K시 사업이다. 당시 K시 공모전에서는 최종 심사에서 낙찰 업체가 번복되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심사 결과 H사를 1위로 뽑아놓은 상태에서 K시가 일부 심사위원이 오채점을 했다는 이유로 서울로 돌아가던 위원들을 모두 소집했고, 결국 낙찰 업체를 번복했다.

문제는 당시 당선된 업체의 컨소시엄 중 K시 부시장과 연고가 있는 기업이 포함되어 있다는 의혹이 나왔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해당 사업은 6월 지방선거 이후 시장이 교체되며 잠정 중단된 상태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세종시 신청사’ 사건을 기점으로 심사위원 선정 방식을 전면적으로 수정하고, 공모전에서 발주처의 전문성이 제고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종률 전 한국건축가협회회장은 “이번 사건의 본질은 세종시 신청사로 고층이 맞느냐 저층이 맞느냐의 논란이 아니라, 발주처의 역할이 의심을 받았다는 점”이라며 “공모전이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한 현재 상황을 타개하려면 공모방식부터 심사위원 선정을 모두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발주처가 ‘공공건축은 민간건축을 선도한다’는 명확한 철학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인철 대표는 “발주처가 좋은 건물을 만들겠다는 의지 하나로 콘셉트를 제시하고 총괄건축가를 통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받아 공정하게 심사해야 한다”며 “현재와 같은 상태로 가면 절대로 좋은 공공건축물이 나올 수 없음은 물론이고, 우리나라의 우수한 건축설계사들을 하청업체로 전락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지희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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