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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팀 추월 경기의 교훈…건설, 꼴찌를 배려하자
기사입력 2018-09-18 07:00:13.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지난 겨울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북한 리스크로 과연 올림픽이 정상적으로 개최될지, 흥행에 성공할지 모두가 불안해했지만, 결과는 보기 좋은 대성공이었다. 성공의 단초는 개최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북한이 대표단과 선수단을 보내겠다는 제안에서 비롯됐다. 대회 기간 북한 고위급 사절단이 경기장을 찾았고, 남과 북은 몇몇 종목에서 한 팀을 이뤄 하나된 모습을 보여줬다.

 

 사실 동계 스포츠 종목에서 남과 북의 경기력 차이는 거의 하늘과 땅 차이 수준이다. 남한은 그동안 동계올림픽에서 수많은 금메달을 따며 동계 스포츠 강국 반열에 올라섰다. 하지만, 북한은 갈수록 뒤처져서 동계 스포츠에서 존재가치조차 희미해진 상태였다. 누가 봐도 한 팀이 될 수 없는 처지였다. 그럼에도 남과 북은 하나의 팀을 꾸려 혼신의 노력을 다했다. 비록 경기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았으나 큰 감동을 안겨줬다.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이질적이며 멀게만 느껴졌던 남과 북, 그러나 같은 핏줄이라는 강력한 이끌림이 감동의 눈물을 흘리게 했다.

 

 그런데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황당한 사건이 벌어졌다. 바로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단체 추월 경기였다. 단체 추월 종목은 3명의 선수가 한 팀을 이뤄 상대팀과 기록을 다투는데, 3명 중 마지막에 들어온 선수의 기록으로 승부를 가른다. 3명의 선수가 경기 중 앞뒤로 번갈아 이동하며 마지막 선수의 기록을 끌어올리는 게 승부의 관건이다. 이런 측면에서 참 아름다운 종목이고, 올림픽 정신을 제대로 구현하는 경기다.

 

 대한민국은 김보름, 박지우, 노선영을 한 팀으로 묶어 출전했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우리 팀은 3명이 함께 달리지 않았다. 김보름과 박지우는 한참 앞서 나갔지만 노선영은 뒤처졌다. 결국, 노선영이 뒤늦게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패배하고 말았다. 나중에야 밝혀졌지만 3명은 한 팀이 아니었다. 올림픽이 끝난 후 선수단 내부의 파벌과 암투의 실상이 밝혀지기 시작했으며, 별것 아닌 한 줌의 권력에 눈이 멀어 전체를 보지 못했던 몇몇은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우리나라 건설은 어떠한가. 건설은 다양한 사람들이 어울리며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거의 모든 산업 분야의 전문가들, 다양한 개성의 수많은 사람이 모여든다. 그래서 건설을 다양한 악기가 어울리고 조화되는 과정을 통해 아름답고 웅장한 선율을 만들어 가는 심포니 오케스트라에 비유하기도 한다. 오케스트라는 한팀이다. 한 팀에서는 각자 역할에 충실해야 하지만 상대방을 살펴보며 호흡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다. 건설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야겠지만, 주변을 살펴보며 혹시 다른 개성으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주의 깊게 들어야 한다. 뒤에 처지는 분야나 사람은 없는지 늘 신경 쓰는 것이 한 팀이다.

 

 그런데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는 대한민국에서 웬 일인지 ‘건설 선진국’이라는 말을 꺼려한다. 아직 건설 선진국이라고 공감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어느 분야나 앞서가는 사람들이 있다. 대체로 그 분야의 정책이나 법·제도를 이끄는 그룹이다. 그룹의 영향력은 막대해서 전체 산업의 운명을 좌지우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므로 그러한 그룹에는 다양한 전문가들이 모여야 하고, 다양한 목소리가 있어야 하며, 한 팀으로 묶을 강력한 연대의식이 필요하다. 강력한 연대의식은 커다란 격차의 남과 북을 어울리게 하고, 팀 추월에서 서로 순서를 바꾸어가며 마지막 선수를 보호하게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건설의 선두그룹은 다른 산업의 최첨단 기술인 인공지능(AI)과 3D 프린팅, 빅데이터, 자동화와 첨단공법에만 몰두하는 경향이 지나쳐 보인다. 휘황찬란한 미래 건설을 주장하는 건설미래학자들로만 채워진 느낌이다. 정책에서도 대형 건설업계, 대형 엔지니어링업계, 대형 설계업계의 이익보호가 우선이다.

 

 우리는 건설 선진국, 특히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 국가에 주목한다. 그들 나라는 대형 건설사에 근무하거나, 지방 소도시에서 벽돌을 쌓거나, 누구도 직업의 귀천을 따지지 않는다. 위·아래, 좌·우가 한 팀으로 공감한다. 우리 건설산업도 그랬으면 좋겠다. 서울 대형 건설사에서 공사를 관리하는 팀장이나, 지방 소도시에서 돌을 붙이는 석공이나,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며 보조를 맞추는 그런 분위기가 넘쳐났으면 좋겠다.

 

 몇 해 전 직접 집을 지었다. 조그만 상가주택이라 대형건설사 직원을 만날 기회는 없었고, 노무자들과 함께 일했다. 현장에서 일했던 35년 전 분위기와는 많이 달랐으나, 여전히 근무환경이 안정적이지 못하고 삶의 질은 별로 나아지지 않아 보였다. 우리 건설이 선진국 수준으로 발돋움하려면, 건설 최하층을 배려해야 한다. 그들이 만족하고 안정적이라고 느낄 때 우리나라 건설은 더욱 든든해지고, 진정한 건설 선진국이 될 것이다.

 

 휘황찬란한 정책이나 최첨단 기술을 주장하는 건설미래학자도 필요하다. 그런데 건설 선두그룹 대부분이 그런 전문가들로만 채워져서는 곤란하다. 건설의 꼴찌를 돌아보고 배려하며 그들이 따라올 수 있는 정책과 기술을 고민하는 이들도 많아야 한다.

 

김선규 강원대 건축토목환경공학부 교수

 

※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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