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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트렌드> 북한 건축으로 북한을 읽다
기사입력 2018-04-16 07:00:16.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북한 내 최고층 건물인 류경호텔이 보이는 평양시내 전경

 

건축학개론 시간에 가장 먼저 배우는 개념은, 건축은 사회의 거울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특정 사회를 이해하고 싶다면 그 사회에서 통용되는 건축의 디자인과 배치를 보면 된다는 가르침. 그렇다면 우리가 북한 건축에서 읽을 수 있는 ‘사회의 거울’은 무엇일까.

북한의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부자는 도시와 건축에 무척 관심이 많은 정치인으로 유명하다. 집안의 핏줄을 타고 흐르는 특수성이라기 보다는 건축이야 말로 사회주의 체제의 철학을 집대성한 유형(有形)의‘프로파간다’이기 때문일 것이다.

예로 김정일 위원장은 1991년 <건축예술론>을 발표해 건축업계에 이정표를 제시할 정도로 건축에 관심이 많았다. 크게 4가지 챕터로 구성된‘건축예술론’은 1장 ‘건축과 사회’로 시작한다. 이 챕터에서 그 유명한 ‘건축은 계급성을 띤다’는 ‘천명’이 나온다. 이어서‘건축은 순수 기술공학적 문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사상과 이념에 대한 문제에 귀착된다’라는 문장과 건축의 미적 판단 기준은‘실용성 뿐만 아니라 사상 예술성에 대한 인민대중의 평가’에 따른다는 구절구절 등. 남과 북은 건축 하나만 놓고도 이렇게나 철학이 다르다.

최근 남북한 화해 모드가 조성되며 경제협력을 기대하는 건설업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통일은 대박’이라고 외치던 지난 정부의 경박함까지는 아니더라도 통일이라는 염원 아래에서 시장의 탈출구를 찾고자 하는 정부와 건설업계의 욕망이 다소 엿보인다.

하지만 남녀가 만나 결혼이란 대사를 논의하기 위해서도 연애의 소소함을 거쳐야 하듯, 통일이란 거시적인 준비와 희망적인 논의를 나누기 위해서는 우리는 얼마나 다른 지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대북 건설사업에 대한 어떤 건설적인 논의를 하기 전에 남북 건축교류가 먼저라는 이야기다.

   
한눈에 본 평양 시내 전경



1. 김일성 광장

   
김일성 광장 내 인민대학습당

북한을 알려면 ‘김일성 광장’부터 읽어야 한다. 도시계획에 관심이 많았던 김일성이 직접 설계를 주도했던 것으로 알려진 ‘김일성 광장’은 중앙의 인민대학습당을 중심으로 양쪽 아래에 정부 청사가 위치했고, 대동강변을 따라서는 박물관과 미술관이 배치된 구조다. 중앙부에 거대하게 자리 잡은 인민대학습당의 존재는 북한이 공산당 일당 체제 하의 조직이라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특이한 점은 인민대학습장이 다름 아닌, 도서관이란 점이다. 도서관을 삼각형의 정점으로 양쪽 끝에 미술관과 박물관이 위치한 광장은 전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구조다. 이는 북한식 사회주의 도시계획에 따른 것이다. 전쟁 후 평양복구 과정에서 김일성 전 위원장은 “도시 규모를 크게 하지 않도록 하고, 소도시 형태로 도시를 분산시키라”고 지시한다. 큰 도시에 인구를 집중시키는 것은‘낡은 자본주의적 방법’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틀 안에서 30년에 걸쳐 완성된 ‘김일성 광장’은 사회주의 체제에서 도시의 역할이란‘자본’과 ‘문화’가 집중되는 공간이 아닌, 사회주의 이념을 농촌의 소도시까지 전파할 수 있는‘계몽적 공간’이어야 한다는 사상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2. 창광거리

   
창광거리 전경

우리나라의 테헤란로에 버금가는 평양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창광거리는 우리나라와 모습이 확연히 다르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미국, 일본 등 중심 시가지에는 상업용 건축물이 빼곡하게 들어서지만, 북한은 집합주택이 주도적으로 경관을 형성한다. 비슷한 시기에 건설된 인근의 천리마 거리도 모양새는 비슷하다. 이들 지역은 1970년대 이후 재개발사업을 통해 형성됐는데 같은 시기 우리나라에서 진행된 도심 재개발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진행됐다. 우리나라는 각 기업이 주도로 구획 별 개발을 진행했지만, 북한은 사유재산이 인정되지 않는 체제의 성격상 가로를 중심으로 일정한 지역 전체를 동시에 재개발하며 가로변 풍경이 균질하게 계획된 점이 특징이다. 사회주의 계획도시에서 보이는 전형적인 풍경이 엿보이는 셈이다.

3. 평양역

   
평양역 

  남북의 경제협력이 본격화된다면, 우리는 아마도 서울역에서 대륙횡단 티켓을 끊고 평양역에서 점심을 먹은 후 몽골대륙을 횡단해 러시아의 이르쿠츠크역에서 시베리아 횡단 열차로 환승할 수 있을 것이다. 총 건축 연면적이 무려 3500㎡에 달하는 평양역은 북한 10대 건축물 중 하나다. 중앙현관에는 높이 20m의 원형 대리석 기둥이 8개나 있는데, 전쟁 후 복구사업의 일환으로 소련과 동유럽에서 지원을 받아 건설(1958년)되다 보니 신고전주의 양식이 두드러지는 대목이다. 평양역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하철역 10곳’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2014년 김정은 위원장은‘나라의 관문’으로서의 이미지 개선 사업의 일환으로 개보수 공사를 지시했고, 지난 평창올림픽 때 삼지연관현악단이 평양역에서 출발하는 모습을 통해 외부에 공개됐다.

4. 미래과학자거리

 
   
 
미래과학자거리 전경. 왼쪽이 53층 주상복합 아파트

2010년 개발을 시작해 2015년 3월 입주를 시작한 ‘미래과학자거리’는 평양에서 가장 최근에 개발된 지역이다. 이곳의 랜드마크는 최근 유명해진 53층의 주상복합 건물이다. 설계를 담당한 강진일 평양도시설계연구소 설계가(북한은 건축가를 설계가로 부른다)는 ‘북한의 기상’을 담는 데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강 설계가는 재일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와의 인터뷰에서 “상징 건물의 종자가 뭐냐, 과학기술에 토대해 조선의 최후 승리를 안아온다는 것이 원수님(김정은)의 구상”이라며 “과학기술의 힘을 지니고 천만 군민이 단합해 폭풍쳐 달리는 조선의 기상을 형상화한 건축물”이라고 설명했다. 도시 조성 당시에는 계획에 없던 건물인데, 김정은 위원장의 지시에 의해 부랴부랴 건설된 이 건축물은 금방이라도 지구를 박차고 오르는 ‘위성’처럼 보이지만, 언뜻 보면 이슬맺힌 꽃잎을 활짝 펼친 한 폭의 그림같기도 하다.

5. 과학기술전당

   
쑥섬에 위치한 과학기술전당

서울에 밤섬이 있다면, 평양에는 쑥섬이 있다. 2015년 10월 대동강 쑥섬에 들어선 ‘과학기술전당’은 기초공사를 한 후 5개월 만에 준공되어 이목을 집중시켰다. 당창건 70돌 기념일에 맞춰 ‘기술 북한’의 면모를 보여주고자 한 김정은 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북한 내 건설 기술자들이 총동원된 것으로 알려져있다. 규모는 연면적 10만㎡로 김일성 광장에 위치한 인민대학습장과 거의 규모가 비슷하다. 인민대학습장이 김일성 철학을 교육시키는 장이라면, 과학기술전당은 김정은의 철학을 널리 알리는 체제의 집성체다. 외관으로도 노골적으로 드러나지만, 과학기술전당은 핵 원자 모양을 본뜬 건물이다.

 

 

최지희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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