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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의 향기] 삼취삼산三聚三散
기사입력 2017-11-06 08:00:11.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기업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에는

수준 높은 인문학적 소양이 요구된다.

사진은 범려의 초상화.

 

홍콩의 유력 일간지 명보(明報)의 사주이자 홍콩 100대 부자에 드는 무협 소설가 김용(金庸)은 언젠가 역사 인물 중 누구를 가장 좋아하느냐는 네티즌들의 질문에 범려(范蠡)를 꼽은 적이 있다.

범려가 누구인가? 춘추시대 월나라 왕 구천(句踐)을 보좌하여 숙적 오나라를 멸망시키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운 인물이다. 그는 정치가이자 군사 전문가로서 춘추시대 막바지를 화려하게 수놓은 유명 인물이었다. 그런데 정작 김용은 정치가나 군사가로서 범려를 존경한 것이 아니었다.

범려는 오나라를 멸망시킨 다음 천하를 함께 나누자는 구천의 제안도 뿌리친 채 월나라를 떠났다(그가 떠나면서 남긴 유명한 고사성어가 바로 저 유명한 ‘토사구팽(兎死狗烹)’이었다). 그러고는 놀랍게도 제나라에서 상업 활동에 종사하여 억만금을 벌었다.

그리고 다시 제나라를 떠나 도(陶)라는 지역에 정착하여 다시 거금을

     

모았다. 범려는 이렇게 모은 자신의 재산을 이웃과 친인척들에게 나누어주었다. 여기서 ‘삼취삼산(三聚三散)’이란 고사성어가 나왔다. 범려가 ‘ (재산을) 세 번 모아 세 번 나누었다’는 뜻이다. 이렇게 해서 부자가 사회적 책임감을 가지고 자신의 재산을 유용하게 베푸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선행을 비유하는 성어가 되었고, 범려는 중국인이 가장 이상적인 모델로 내세우는 상인으로 자리잡았다. 김용이 범려를 지목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사마천은 <사기> 제129 ‘화식열전’에서 범려에 대해 다음과 같은 총평을 남긴 바 있다.

“언부자개칭도주공(言富者皆稱陶朱公).”

“부자 하면 모두가 도주공(범려)을 입에 올렸다.”

요컨대 범려가 부자의 대명사가 되었다는 뜻이다. 훗날 중국 상인들은 공자의 제자로 큰 사업가였던 자공을 함께 거론하며 ‘도주사업(陶朱事業), 자공생애(子貢生涯)’라는 격언을 만들어냈다. ‘도주공(범려)의 사업과 자공의 삶’이란 뜻이다.

범려는 자신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오늘날로 말하자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했다. 자공은 자신의 부로 스승 공자와 유가 학파를 지원하는 문화 후원자로서의 모습을 역사에 선명하게 남겨 놓았다. 따라서 위 격언은 모두 치부와 함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여 진정한 부자의 모습을 보여준 두 사람에 대한 존경의 뜻이 담겨 있는 의미심장한 격언이다. 범려와 자공, 지금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기업인의 모습이기도 하다.

 

김영수(한국사마천학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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