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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트럼프의 미국과 우리나라
기사입력 2017-03-03 08:00:12.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이승한(변호사ㆍ법무법인 동인)



지금 온 국민의 관심은 탄핵과 활동 기한이 만료된 특검, 있을지 모르는 조기 대선에 집중되어 있다. 누가 구속이 되고 안 되고, 증인으로 헌법재판소 법정에 나온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했고, 유력 대선 주자의 지지율이 얼마고 하는 등의 기사 외에는 다른 뉴스를 찾기 힘든 상황이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는 단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이 최대의 관심사이다. 사실 많은 사람들은 그가 후보 시절에 했던 무모한 발언들이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고 여겼다. 설마 그가 대통령에 당선된 뒤에도 이슬람권 전체를 적대시하며, 그간 미국이 주도해 온 자유시장 질서에 반하는 행동을 하겠느냐고 생각했던 것이다. 다른 대통령제 국가와는 달리 의회의 권한이 막강하고 언론의 감시와 비판 기능이 활성화되어 있는 미국이기에 그와 같은 분석은 설득력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트럼프가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에 보여준 일련의 행동은 그러한 기대를 단번에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취한 첫 번째 행동은 테러를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중동 지역 7개 국가 출신 입국자의 비자 발급을 제한하는 反이민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이었다. 전 세계는 충격에 빠졌으며, 미국 내에서도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출입국 정책을 총괄하는 법무부 차관이 반기를 들다가 해임되었으며, 법원 역시 위와 같은 행정명령에 제동을 걸고 나서 우려했던 혼란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국토안보부 장관 명의로 지난 2월19일 2건의 이민 관련 행정조치를 발표했는데, 그 내용은 불법체류자 단속과 추방 및 집행을 강화하기 위해 단속 공무원을 1만 명 확충하고, 이들에게 부여된 불법 체류자와 범죄경력 이민자 체포 및 구금 권한을 확대했으며, 추방을 위한 법원 심리 속도를 높이는 등 불법 이민자의 입국 단속도 한층 강화한다는 것 등이다. 누가 뭐래도 내 갈 길을 가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와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남의 일이 아니라는 데에 있다. 중국, 러시아, 유럽연합(EU), 중동 등을 둘러싼 국제 정세의 변화와 이로 말미암은 한반도의 긴장 상태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고, 당장 강화된 보호무역주의가 어떻게 우리 발목을 잡을지도 좀처럼 가늠하기 어렵다. 다른 나라의 우려에는 아랑곳없이 미국 다우존스지수가 연일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는 것은 자국 최우선주의를 선언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미 국민 혹은 시장의 기대가 그만큼 높다는 것을 반영하고 있다. 반면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이 자국의 경제적 이익만을 최우선으로 추구한다면 그로 인해 피해를 보게 되는 국가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 매년 300억 달러 이상의 대미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우리나라도 그 유탄을 피해 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모든 관심은 탄핵과 차기 대선에 쏠려 있다. 무너진 정의를 바로 세우고 리더십을 회복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부정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공백 상태가 장기화되어서는 안 되며, 하루빨리 국정이 안정되어야 할 것이다. 다만 그 이후 우리가 혼란스러운 국제 정세 속에서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며 이를 위해 무슨 준비를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빠져서는 곤란하다. 이미 대선 국면에 들어선 듯 발언을 쏟아내는 잠재적 대권 주자들에게 구체적으로 묻고 싶은 질문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하여 리먼 브러더스사의 부도로 촉발된 금융위기 당시 미국 재무부 장관을 역임하며 오바마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사태 수습을 총괄했던 티모시 가이트너의 발언을 떠올리게 된다. 위기 상황 아래에서 정책을 총괄하는 리더 혹은 관료가 어떤 마음가짐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대응 방식은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2015년 발간된 <스테레스 테스트>라는 책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현재 분노해 있는 대중들에게는 구약성경에 나오는 보복이 매력적일지 모르나, 재앙 속에서 해야 할 진정한 도덕적인 과업은 재앙을 끝내는 것이다. 정책 목표는 일부 방화범들이 정의의 채찍을 피해 가더라도, 무고한 사람들을 구해내는 것이어야 한다.”

 

  ※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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