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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판교 환풍구 붕괴사고 경험의 재구성
기사입력 2014-11-11 08:00:02.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이복남(서울대 건설환경연구소 산학협력중점교수)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환풍구 붕괴 사고로 인해 16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다쳤다. 후진국형 사고니 혹은 인재, 그리고 국민 안전 불감증 재발이라는 비난도 사고 한 달여를 넘기면서 잦아들고 있다. 지금대로라면 유사한 사고가 줄어 들 것 같지 않다는 불길한 예감까지 든다. 시간이 흐를수록 비난 대상자를 찾아 처벌하는 사후약방문식 처방에 무게 중심이 쏠리고 있다. 사고 예방을 위한 대책을 찾는 노력이 가시화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달 17일 사고를 되돌려 본다. 사고 후 3일까지는 행사와 사고 주최기관을 찾는 공방이 뜨거웠다. 4일이 지난 시점에 희생자가족과 보상협의가 완료되었다는 소식이 들렸다. 동시에 부실시공이 주원인일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5일이 지난 시점부터는 부실시공이 주범이라는 확정적인 보도가 모든 언론에 공통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6일째에 행사관계자 6명과 공사관계자 6명에 대한 출국금지조치가 내려지면서 부실한 시공이 핵심 원인이라는 게 국민들에게 각인되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국민들의 대체적인 인식은 부실시공만 막으면 사고가 예방될 수 있는 것처럼 알고 있다. 심지어 일부 정치인은 시공 관계자에게 건축물의 하자보증법을 들어 징역 10년까지 실형 선고가 가능하다는 선고(?)까지 내리고 있다. 사고의 모든 원인이 부실시공에 있기 때문에 시공 품질만 지키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호도되고 있다.

 건축이나 구조공학을 전문으로 했다는 교수와 기술자까지도 언론을 통해 사고의 핵심이 ‘부실시공’이라 주장한다. 한편에서는 설계기준대로 시공했다고 해도 사상자 27명을 버틸 수 있는 구조는 아니라 주장한다. 버틸 수 있는 설계기준보다 3~5배 많은 사람 무게를 이길 수 없는 구조물이라는 해석이다. 일부에서는 설계기준, 건설자재, 부실시공 등 3가지가 동시에 작용한 대표적인 부실공사라 주장한다. 설계기준에 대해서도 주무부처의 해석과 시공사 주장이 서로 다르다. 이를 싸잡아 허술한 국토부와 무책임한 시공업체가 합작으로 만들어 낸 인재라는 주장까지 한다.

 수사기관, 언론, 정치인, 시민단체 등이 원인분석과 책임 공방을 따지는 사이 설계자나 기술자, 그리고 구조를 전문으로 하는 학자 등 소위 전문가들의 목소리나 주장은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 감정을 자극하는 정치인과 시민단체의 목소리에 비해 전문가의 견해는 안 보인다. 이를 시공한 업체는 억울하다는 목소리만 높인다. 사고 원인의 본질을 따져 보지 않는 것 같다.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올 리 없다. 대책에는 시간과 돈이 들기 때문일까?

 정상적인 수순이라면 설계기준부터 따져야 한다. 환풍구 설계가 설계기준을 만족했는지 따지는 건 순전히 기술적인 문제로 어렵지 않다. 설계기준을 만족했다면 사용된 자재가 시방서 조건을 만족했는지 따지는 것도 객관적으로 증명이 가능하다. 시공 상태를 따지는 것 역시 도면과 시방서에 나타난 허용 오차, 시공 상태와 비교하면 부실공사 여부를 객관적으로 판단 가능하다.

 현재까지 알려진 대로라면 부실시공을 사전에 확정시켜 놓고 시공 관련 조사에 집중하고 있는 것처럼 비쳐지고 있다. 도면대로 시공이 되지 않는 11곳이 발견되었고 또 고정시켜야 할 너트 2개가 빠져 있음이 발견되어 시공 부실은 확실해 보인다. 또한 환풍구 덮개를 버티는 십자형앵글이 사람 무게를 버틸 수 없는 부실한 자재라는 사실도 밝혔다. 부실시공이라는 사실은 확실해보이지만 27명의 사상자를 낸 주원인으로 내몰기에는 무리가 있다. 개별 기관이나 개별법에서 보는 것과 종합적으로 보는 시각 차이 때문이다.

 경찰은 당연히 나타난 결과만을 놓고 보기 때문에 부실시공이라 결론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설계기준에 대한 하자 여부는 따지지 않는다. 설계기준은 소득 수준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다. 사고가 나지 않도록 설계해야 한다는 주장과 사람 무게를 충분히 견딜 수 있게 시공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큰 차이가 있다. 사고가 나지 않도록 설계해야 한다는 주장은 설계기준 향상으로 해결 가능하다. 당연히 시간과 돈이 들어간다. 반대로 사람 무게를 충분히 견딜 수 있게 시공하거나 환풍구 접근을 차단하려면 설계기준을 바꿔야 가능하다. 시공자의 선택은 아니라는 의미다. 시공자는 주어진 도면과 시방서 요건을 준수하는 책임까지다. 이 책임을 넘어서는 것은 발주자와 설계자의 권한 침해에 해당한다. 물론 발주자와 설계자에게 설계변경을 요구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책임은 여기 까지다.

 진행되고 있는 판교 사고 조사 과정을 보면서 필자가 상실감을 느끼는 것은 해당시공사의 시스템 부족이다. 기술적 대응을 위해서는 논리와 논리를 뒷받침하는 계약문서와 설계도서, 그리고 공사 기록이 필요하다. 수사기관이 왜 감리기록과 하도급업체 문서를 찾아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글로벌 기업이라면 이런 문서를 바탕으로 한 논리적 대응이 당연히 따르기 때문이다.

  ※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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