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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드마크 열전> 대장경 천년관
기사입력 2012-08-21 16:37:53.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선진엔지니어링 "설계부터 대장경의 정신 계승에 초점"
   


“너희들은 부질없이 슬퍼하지 말고 지금부터 죽을 때까지 힘써서 계율을 가지되, 사람이 눈을 지키듯이 하여라. 그리고 마음을 바로 가져서 아첨하고 질투하지 말라. 그리하면 항상 나를 볼 수 있을 것이다.”

 -팔만대장경 中-

 대장경이란 시기에 따라 삼장(三藏)으로 불린다. 성스러운 불교 경전을 모두 담은 3개의 큰 광주리를 뜻하는 말로, 삼장은 이를 뜻하는 산스크리트어를 한자어로 나타낸 말이다. 즉 대장경이란 부처의 가르침인 경장과 불제자의 실천규범을 담은 율장, 그리고 부처의 말씀과 실천규범을 연구해 해석한 논장 등 크게 3가지 그릇을 한데 모은 불교 경전이라는 뜻이다.

팔만대장경 전에도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이나 금강경 같은 개별 경전이 있었다. 전적으로 종교적 이유에서 만들어진 경전이었다. 그러나 몽골의 침략으로 초조대장경이 소실되자 고려는 몽골 침략군 격퇴와 국가의 안녕을 기원하는 호국적인 목적에서 팔만대장경 조성작업에 착수했다. 팔만대장경은 8만1350개의 목판에 새긴 부처의 가르침으로 아시아 전역에서 유일하게 완벽한 형태로 현존하는 판본자료이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정확하며 가장 완벽한 불교 대장경판이다. 8만1350매에 달하는 경판에 담긴 8만4000개의 법문은 중생이 한평생 겪는 번뇌와 일치하며 이 괴로운 중생에게 건네는 부처의 자비심이다. 그 따뜻한 손길이 바로 팔만대장경 안에 담겨 있다.

 작년 팔만대장경 간행 천년의 해를 맞이한 경상남도와 합천군, 해인사는 공동으로 ‘대장경 천년 세계문화축전’을 개최했다. 그리고 이를 위한 행사장으로 합천군 가야면에 ‘대장경 천년관’을 건설했다.

 선진엔지니어링종합건축사사무소가 설계한 대장경 천년관은 팔만대장경을 위한 유일의 전시시설로 대장경 관련 모든 자료를 전시하고 있다. 덕분에 작년 9월부터 45일 동안 열린 세계문화축전에는 210만명의 관람객이 대장경 천년관을 다녀갔고, 이후 대장경 천년관은 전시물과 체험학습 코스를 보강해 지난 4월 새롭게 단장해 재개관했다.

 선진 측은 “설계작업 당시 대장경이 단순히 경전을 기록해 보존하는 수단이 아니라 만인에게 부처의 자비로운 뜻을 알리고, 호국이념을 전하며 지혜를 나눠 중생을 구제하기 위한 것이었음을 마음 깊이 새기고 시작했다”며 “대장경 천년관의 설계 역시 그러한 팔만대장경의 정신을 계승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대장경 천년관 실내모습


 이 같은 선진의 의도는 대장경 천년관의 안팎에서 잘 드러난다. 먼저 외부에서 바라본 대장경 천년관은 절제된 사각형의 외곽으로 방문객을 맞이한다. 이것은 대장경판의 모양을 형상화한 것으로 현무암으로 마감된 외벽 역시 장경판전(대장경판을 보관하는 건물)에 나란히 꽂혀 있는 경판을 이미지화한 것이다. 또한 육중한 느낌의 상부와 대비되는 경쾌한 하부는 유리로 구성돼 건물이 지면에서 떠오르는 듯한 환시를 불러일으킨다. 불교 수련에서 최고 경지로 꼽는 해탈이 건축물로 형상화된 셈이다.

 지혜의 벽 외부에 새겨진 반야심경은 거울 연못에 반사됨으로써 대장경이 한지에 인쇄되는 모습을 은유했다. 이는 지혜의 문자가 무한한 복제를 통해 온 세상에 널리 전파됨을 뜻한다. 내부로 들어오면 중앙의 원형 아트리움이 외부의 빛을 안으로 끌어들여 대장경이 천년 지혜의 빛임을 상징적으로 시각화해주는 점이 인상적이다.

 그러나 가장 눈길을 끄는 점은 선진이 대장경을 보존한 목조건축물의 우수함을 현대적 시각으로 재해석한 부분이다. 수백년간 대장경을 온전히 보전해온 장경판전의 과학적인 자연환기 시스템을 천년관에 도입한 선진은 아트리움을 이용한 자연통풍 및 채광을 도입하고, 외부에는 바람길 개방을 통한 쾌적한 환경을 조성했다.

 팔만대장경은 시대를 넘어 우리를 감동시킨다. 부처의 가르침 자체보다 이를 온 국민에게 알려 공유하고자 했던 선조들의 의지가 값지기 때문이다. 또한 이를 만들고 보존하기 위해 기울인 기술력은 현대의 우리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준다. 호국정신을 잇는 과거와 현대의 길목에 팔만대장경이 놓여 있다. 그리고 시대가 소통하는 지점에 대장경 천년관이 위치한다. 서로 다른 방식과 가치관을 갖고 살아가지만 근본 예절과 호국정신은 함께 공감하며 살아가자는 가르침이 천년관에 고인다.

최지희기자 jh606@

〈앞선생각 앞선신문 건설경제-무단전재 및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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