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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극지연구소 대륙기지건설단 김지희 박사
기사입력 2012-07-30 06:00:02.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인터뷰> 극지연구소 대륙기지건설단 김지희 박사

“제2의 남극기지 건설로 극지연구 강국 도약”

12년새 12차례 탐사연구…다시 아라온호 오를 여름 기다려

 먼저 인천공항에서 미국 LA로 날아간다. 아시다시피 11시간쯤 걸린다. LA에서 보통 하룻밤을 보내면 칠레 산티아고로 가는 13시간짜리 비행기로 갈아탈 수 있다. 그 다음에는 칠레 남쪽 끝의 마지막 경유지 푼타 아레나스로 향한다. 같은 칠레인데도 탑승시간이 3~4시간이나 걸린다.

 푼타 아레나스에서는 이틀 정도 대기해야 한다. 운이 좋으면 하루, 운이 나쁘면 일주일을 기다릴 수도 있다. 이곳에서 칠레 공군수송기 C-130기에 올라탄 뒤 3시간 30분을 날아가면 킹조지섬 활주로에 내려앉는다. 남위 60도 이남, 남극이다.

 다시 약간의 이동. 그리고 ‘조디악(고무보트)’에 몸을 싣고 30~50분을 미끄러져 간다. 마침내 우리나라 극지연구의 첫 개척지, 1988년에 건설된 세종과학기지에 도착한다. 잠자는 시간을 포함해 빨라도 5일 걸린다. 총 비행시간만 31시간 이상이다.

 극지연구소 대륙기지건설단의 김지희 책임연구원(44)는 이런 식으로 남극에 12번 다녀왔다.

 33살이던 2001년, 막 돌잔치를 마친 아들을 남편한테 떠넘긴 채 세종기지에 첫 발을 딛였고 그로부터 해마다 2~4개월씩, 한 해도 거른 적이 없다. 육상식물 생태연구가 전공인 그녀는 남극 주변의 지의류나 해조류의 식생분포를 조사하는 한편 세종기지 대수선공사의 환경영향평가 작업을 맡기도 했다.

 같은 남극이지만 2008년부터는 제2의 한국기지, 장보고과학기지 건설 프로젝트에 가담했다. 장보고기지는 섬지역에 위치한 세종기지와 달리, 육상연구가 가능한 제2의 첨단 과학기지다.

 “세종기지는 남위 62도의 섬에 자리잡고 있어요. 체류 가능한 기간이 길고 생물 다양성이 풍부해 생물과 연계한 기후변화 연구가 활발합니다. 하지만 섬이고 위도가 낮아 지리적 한계가 있어요. 그래서 남극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위한 제2의 첨단 과학기지가 필요해요. 남위 74도에 위치한 육상기지는 대륙빙원을 연구하고 빙하 시추를 통한 기후연구를 벌이지요. 운석을 통한 천체우주과학, 그밖에 생태 다양성 연구도 진행합니다.”

 장보고기지는 오는 2014년 3월 남극 테라노바 베이 연안에 완공된다. 생활동을 비롯한 15개 동의 건물이 총연면적 4458㎡ 규모로 건립된다. 사업비도 1067억원이나 소요되고 이미 턴키입찰을 통해 현대건설 컨소시엄을 시공사로 정해놓고 있다.

 장보고기지 건설 프로젝트는 원래 2006년부터 시작됐다. 우리나라 유일의 쇄빙연구선 아라온호가 없던 시절, 김지희 박사를 비롯한 대륙기지 건설단원과 지원팀은 미국, 호주, 러시아, 이탈리아, 독일 등의 협조를 얻어 남의 배를 얻어타가며 답사활동을 벌였다. 결국 옛 러시아 과학기지 케이프 벅스(Cape Bucks)와 테라노바(Terra Nova)를 후보지로 정한 뒤, 여러가지 평가를 거쳐 2010년 3월 테라노바를 최종 건설지로 확정했다. 올 6월에는 국제사회로부터 기지건설 최종승인을 획득했다. 간단한 히스토리지만 그 사이  몇 년의 조사 과정은 치열하다못해 처절했던 것으로 그녀는 기억한다.

 “케이프 벅스에서 정밀조사를 벌이며 체류한 적이 있어요. 아라온호는 쇄빙테스트 하러 떠났고 1주일 동안은 꼼짝 못할 입장이었죠. 기온은 평균 영하 40도인데, 당연한 얘기지만 기지는 없었고 컨테이너 같은 조립식 건물에서 버텼지요. 무려 20명이 전기도 없고 불도 없이, 물티슈로 세수하면서, 바이오비닐에 용변 담아가며 버틴 거예요. 정말 잊지못할 추억이 많아요”

 모든 추억을 과거로 돌리면 장보고과학기지는 이제 본격적인 건설공사 단계로 진입한다.

 이미 인천 송도의 극지연구소는 기지구조물 가조립 작업과 함께 공사계획을 점검하면서, 여름이 다가오기만(11월부터 3월이 여름이다) 기다리고 있다. 8월 1일부터 닷새 동안은 서울 코엑스에서 장보고과학기지 건설 특별전시회도 연다. 10월 중순부터는 뉴질랜드 크라이스트 처치로 건설자재ㆍ장비를 옮길 예정이고 11월 22일에는 이곳에서 아라온호를 출항시킬 예정이다.

 아라온호가 얼음을 깨면서 나아가려면 테라노바까지는 적지않은 시간이 걸린다. 12월 중순이나 돼야 하역을 할 수 있고,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공사를 벌이면 내년 3월에는 1단계 공정을 마치고 철수할 수 있다.  그 동안 현대건설과 코오롱건설, 계룡건설, 현대엔지니어링 소속의 건설기술인력 약 100여 명이 극한 환경과 싸워 이겨내야 한다. 다시 내년 ‘여름’이 돌아오고 2단계 공사를 벌이면 2014년에는 완공과 함께 월동 연구작업에 착수할 수 있다.

 “워낙 날씨가 만만치 않고 접근성이 떨어지다보니 기지 건설공사도 만만치 않을 거예요. 2008년 세종기지 대수선공사 때는 여름 안에 공정을 끝내지 못한 채 현장을 철수해 공사기간이 1년 연장된 적도 있어요. 사실 극지연구 종사자들도 극한 상황에서 일하지만 진짜 고생하시는 분들은 건설공사 인력과 아라온호 일반선원들인 것 같아요.”

 새 과학기지는 최대 60명까지 수용할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16명 정도 상주하게 될 것같다. 헌데 연구원들 경쟁이 만만치 않다는 게 김지희 박사 얘기다. 고된 일인데도 서로 가려고 해서 다음 기회로 미뤄야 할 분들도 있단다. “지적 호기심은 잠깐이고 후회는 체류기간 내내 아니냐”고 기자가 말려봤지만 “체류기간은 잠깐이고 참여하지 못한 아쉬움은 평생일 수도 있다”고 한다.

 “박사님 같은 분들이 있어서 극지연구를 비롯한 우리나라 순수과학 수준이나 국제사회 위상이 지금처럼 높아진 것같다”고 아첨하자 이번에는 “몇 년동안 현지에 체류하는 분들도 있는데 여름철에만 다녀오는 사람이 대륙기지를 설명하니 부끄럽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그래도 젊은 후배들한테는 단호히 할 말이 있단다.

 “요즘 대학에서 공부를 시작한 후배들이나 연구 초년생들은 어려운 일을 처음부터 피해가려는 경향이 많아요. 안락한 환경에서의 연구활동을 추구하는 것이지요. 사실 극지연구와 같은 극한환경은 버티기 힘든 부분도 있어요. 가족만 생각해도 분명히 쉽지 않죠. 하지만 단언하건대, 다른 사람들은 도저히 경험할 수 없는 보람이 있고 감동이 있답니다. 후배 연구자들이 저와 같은 길을 걸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블리자드 동장군이 한창 기승을 부릴 남극을 상상하며, 김지희 박사는 다시 아라온호에 오를 새 여름을, 오늘도 기다린다.

신정운기자 peace@

〈앞선생각 앞선신문 건설경제-무단전재 및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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