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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윤명오 서울시립대학교 도시방재안전연구소 소장
기사입력 2012-01-11 07:40:02.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서울은 화재 진압에 무방비…맞춤형 시스템 개발해야”

 

   


   2010년 12월 13일 밤이었다. 기자는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를 따라 인천에서 서울로 이동하고 있었다. 중동나들목 구간을 지나는 도중, 무시무시한 불길이 사방으로 번지는 것을 목격했다. 운전을 하고 있던 택시기사는 급한 마음에 액셀러레이터를 거세게 밟았다. 졸고 있던 기자는 정신이 버쩍 들었다. 잠시 후 라디오에서 속보가 흘러나왔다. 중동나들목 인근 유조차에서 발생한 불이 정차해 있던 차량 수십 대에 옮겨 붙었고, 도로는 완전 통제됐다는 것이었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다.

 이렇듯 뜻하지 않는 재난을 당하고 목격할 때마다 인간이 얼마나 나약하고 하찮은 존재인지를 실감하게 된다. 지난해 일본을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었던 대지진, 서울 시내를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던 폭우, 그 폭우로 인한 우면산 붕괴, 허구한 날 뉴스를 장식하는 대형 화재까지…. 재난은 예측할 수 없는 장소와 시간에 발생한다.

 때문에 각국은 재난 발생 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재’ 대책을 수립하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방재 현실과 방안은 어떨까. 국내 최고의 화재ㆍ재난 전문가로 손꼽히는 윤명오 서울시립대학교 도시방재안전연구소 소장을 만났다. 그는 “서울은 지형적으로 화재 발생 시 진압이 정말 어렵다”며 “서울의 특성에 알맞는 맞춤형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재 관련한 경력과 연구실적이 화려한데…. 진작 본인이 거주하는 집이 화재로부터 얼마나 안전한가.

 ▲서울 방배동 서래마을의 빌라에 거주하는데, 특이한 게 있다면 집에 소화기가 곳곳에 있다는 거다. 내가 구입한 게 아니다! 집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내 직업과 연구분야를 알다보니 선물로 항상 소화기를 준다(웃음). 근데 소화기라는 게 제대로 쓸 줄만 안다면 정말 유용한 물건이다. 화재는 손으로 뭔가를 다루면서 일어나는 게 보통인데, 진압하는 데 소화기만큼 효과적인 건 없다.

 △재난 중에서도 화재가 가진 특성은.

 ▲화재는 각종 재난 중에서도 가장 복합적으로 치명적이다. 화재가 발생하면 일단 불로 온갖 물품이 타고, 연기가 발생하며, 건물이 붕괴된다. 이 과정이 아주 빠르고 신속하게 이뤄진다. 때문에 화재의 안전성을 높이고 대책을 마련하면 다른 재난 관련 대책도 어느 정도 마련된다.

 △한국의 방재 수준은.

 ▲1984년 대학원을 졸업하고, 1985년 일본으로 유학을 갈 때만 해도 한국에서는 방재에 대한 연구가 거의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다. 때문에 30대 초반에 한국으로 돌아와 인천국제공항, 강원랜드 카지노와 같은 ‘특수건물’의 방재 대책을 마련하는 프로젝트를 담당하게 됐다. 국내서 방재 연구가 활성화한 것도 이 시점이다. 현재 방재 관련한 요소기술 수준은 중진국, 법규 수준은 중ㆍ후진국, 교육제도 수준은 중진국, 소방산업 수준은 후진국 수준에 불과하다.

 △법규와 소방산업이 특히 후진국인 이유는.

 ▲현재 신축되고 있는 건물들은 법규에 맞춰 방재 시설 등이 잘 갖춰지고 있다. 문제는 이미 지어진 건물들이다. 현재 법규를 소급 적용할 수 없다 보니, 화재 발생 시 쉽게 확산될 수 있는 우려가 남아 있다.

 아울러 국내 소방산업에 진출한 기업 가운데 상장사가 한 곳 밖에 없다. 소방 감지기의 예만 들더라도 ‘기술경쟁력’을 높이는 게 아닌 ‘원가경쟁력’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즉 가격을 낮춰 대량 공급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는 얘기다. 국내 소방시장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화가 없다.

 △화재 발생 시 가장 큰 문제점은.

 ▲얼마 전 경기도 평택 가구 전시장에서 불이 나, 소방관 두 명이 진압하다가 순직한 일이 있었다. 가구 전시장에는 외장재로 가연성 유기 단열재인 스티로폼과 우레탄을 사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들 제품은 가격은 싼 반면, 불이 나면 급속히 확산된다. 때문에 유럽, 등지서는 사용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서는 버젓이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위해 건축 과정에서부터 화재에 잘 견디는 불연성 무기단열재 사용을 확대하기 위한 법규와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더 이상 화재로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잃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재난 발생 시 서울은 얼마나 안전한가.

 ▲서울은 방재 대책 마련이 지형상 어려운 도시다. 일단 재난이 나면 사람들을 다른 곳으로 이송시키는 게 급선무다. 그러나 서울의 지형은 산이 많고, 한강이 중심을 가로지르고 있다.

 서울처럼 인구 1000만 명이 넘는 대도시가 산악에 위치한 사례가 전 세계적으로 없다. 중국 상하이에는 인구가 2000만 명을 넘는다고 하는데, 최고 표고(標高) 30m 정도의 산봉우리가 14개다. 그러나 서울은 북한산, 관악산 등 산이 정말 많고 인근에 아파트들이 대거 건설돼 있다. 한강은 또 어떤가.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한강처럼 길고 폭이 넓은 강이 중심을 흐르는 경우는 없다.

 때문에 터널과 다리를 건설하는데, 사람들을 이송 시 십중팔구 막힌다! 서울의 지형적 단점을 극복한 맞춤형 시스템 개발이 절실하다.

 △방재에 대한 정부의 대국민 홍보 전략은 어떤가.

 ▲지금의 전략은 너무 화재 등 재난이 무섭다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겁주기식 교육이다. 화재는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식시키고, 화재 발생 시 안전한 물건과 공간이 뭔지를 가르쳐야 한다고 본다. 대처능력을 키우자는 것이다. 이에 맞춰 교육 컨텐츠 등을 개선해야 한다.

 △도시방재안전연구소가 하는 일은.

 ▲통상적인 엔지니어링 기술 수준으로는 화재와 재난 안전성을 확보하기가 건물들이 있다. 인천국제공항, 강원랜드 카지노, 요사이 한국서 한창 이슈가 되고 있고 100층 내외의 초고층 빌딩 등이 그 예다. 이 건축물의 성능 위주 설계를 담당하고 있다. 이들 건물의 설계부터 시공, 관리에 이르기까지 VE(value engineering)를 높여줄 수 있는 국내 최고의 연구소라고 자부한다.

 # 윤명오 소장은?

 ○ 학력 및 경력

 1976 - 1980 :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건축학과 / 공학사

 1982 - 1984 : 서울대학교 대학원 건축학과 / 공학석사

 1985 - 1989 : 일본 동경대학교 공학부 대학원 건축학과 / 공학박사

 1989 - 1992 : 대한주택공사 부설 주택연구소 생산기술연구부 선임연구원

 1992 - 1997 : 명지대학교 공과대학 건축학부 부교수

 1997 - 1999 :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과학연구원 방재공학센터 소장

 2009 - 2011 : 한국화재소방학회 12대 학회장

 2000 ~         : 서울시립대학교 도시방재안전연구소 소장

 1997 ~         :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과학대학 건축학부 교수

 2011.10 ~    :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

  ○연구실적

 - 서울 월드컵 경기장 방재계획 연구(2000)

 - 목동 현대하이페리온 방재성능평가 연구용역(2000)

 - 강원랜드 카지노 호텔 방재성능평가 연구용역 연구(2000-2003)

 - 서울시 화생방 방호체제 구축 개발에 관한 연구(2000)

 - 건축물 소방 방재기준 선진화 방안 연구(2000)

 - 건축물 방재기준의 제도적 기반 선진화 방안 연구(2000-2001)

 - 서울시 지하철 방재설계 기본방향 연구(2001-2002)

  정석한기자 jobize@

〈앞선생각 앞선신문 건설경제-무단전재 및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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