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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이건희 회장 ‘박세리 신화’ 탄생 기여 숨은 주역

삼성 후원ㆍ레드베터 코치 영입 등 朴 미국 진출 일일이 지시ㆍ지원

삼성베네스트오픈 개최 등 한국 남자프로골프 발전에도 큰 ‘족적’

한 때 75~76타 기록한 싱글 핸디캐퍼…밥 시켜먹어가며 몇 시간씩 연습도

시니어 접어들어 “라운드 많이 해도 기대치 안나온다” 아쉬워해

 

   
고 이건희 회장이 57세 때인 1999년 한국프로골프투어 부경오픈에서 우승한 강욱순을 불러 격려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강욱순 프로는 “회장님은 골프에 관심이 많았고 골프를 좋아했다”며 “내가 거둔 18승 가운데 17승을 삼성 소속이었을 때 거둔 데서 보듯 이 회장님은 그룹 차원에서 골프선수들도 전폭 지지해줬다”고 말했다. (제공: 강욱순 프로)

25일 타계한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은 선친 못지않은 ‘골프 마니아’였다. 선친(고 이병철 회장)과 달리 조용히 혼자 또는 가족들과 라운드하는 타입이었으나 골프에 관한 열정ㆍ집념ㆍ애착은 선친 못지않았다.

이건희 회장은 젊었을 적에 골프를 잘 쳤다. 이른바 ‘싱글 핸디캐퍼’였다.

이 회장을 오랫동안 가르친 이강선 프로(71)는 “한창때는 75~76타를 칠 정도였다. 당시 거리도 많이 나가고 골프에 대한 집념이 강했다.”고 회상했다.

이 회장은 일본 와세다대학교 재학시절 유도부와 골프부에 들었다고 전해진다. 그는 골프의 장점을 강조하고 권유한 선친의 영향으로 일찍이 골프에 입문할 수 있었고 구력은 40~50년 된다.

이 회장은 안양CC에서 주로 연습하고 라운드했다. 손흥수ㆍ이강선ㆍ강욱순 프로로부터 레슨을 받았다.

이강선 프로는 “회장님은 안양CC 부설 연습장에서 몇 시간씩 연습하곤 했다. 한번 시작하면 도중에 밥을 시켜 먹으면서까지 연습에 몰두했다. 클럽하우스에 주문해 토스트와 비프 샌드위치를 주로 들곤 했다. 드라이빙레인지에서 샷 연습을 하다가 연습그린으로 가서 몇 시간씩 퍼트 연습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선친이 ‘수요회’ 등의 모임을 통해 정ㆍ재계 인사들과 골프 교유를 활발히 한 것과 비교해 이건희 회장은 드러낼 만한 골프 모임이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혼자 플레이하거나 레슨 프로, 아니면 가족들과 라운드하는 일이 잦았다.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당시 한창 골프를 배우는 시절이었기에 동반 라운드를 많이 하지 않았다고 알려진다.

이 회장은 한국 스포츠 발전에 일조한 것 못지않게 한국골프의 초석을 다지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국내 남자프로골프 메이저대회인 한국프로골프(KPGA)선수권대회의 타이틀 스폰서를 삼성물산의 아스트라가 수년간 맡은 것은 이 회장의 결단에 따른 결과다. 삼성은 또 이 회장의 지시 아래 1995년 삼성마스터스를 열었고 2005~2009년 삼성베네스트오픈 개최를 통해 장익제ㆍ김경태 등 유망 선수들을 배출했다. 이 회장은 삼성이 골프와 관련되는 일을 할 때에는 일일이 직접 챙기고 결재할 정도로 골프를 각별히 대했다.

한국골프를 세계 무대에 알린 박세리도 이 회장의 지원에서 탄생할 수 있었다. 이 회장은 박세리의 앞날을 내다보고 스폰서를 담당하기로 했고 당대 최고의 교습가 데이비드 레드베터를 박세리의 스윙 코치로 붙여 박세리가 세계적 선수로 발돋움하는 데 큰 밑받침을 놓아줬다. 레드베터는 이 회장 요청으로 안양CC 골프 아카데미를 방문해 골프 꿈나무들을 만나기도 했다.

이강선 프로에 이어 이 회장에게 골프 레슨을 담당한 강욱순 프로(54)는 “1999년 회장님을 만나자마자 KPGA 투어에서 2주 연속 우승했다. 우승할 때마다 인사를 드렸는데 연속 우승을 한 후 찾아뵈니 회장님께서 ‘너무 자주 우승해 동료들한테 시기를 받겠다’고 말씀하며 좋아하시던 모습이 생생하다.”고 기억했다.

강욱순 프로가 이 회장 곁에 있을 때 이 회장은 나이 60대로 접어들었다. 강 프로는 “회장님이 시니어가 되고 나서는 80대 후반 스코어를 기록하는 보기 플레이어였다”고 말했다.

이 회장과 함께 하와이에 갔었다는 강 프로는 “회장님께서 ‘열 번, 백번을 라운드해도 거리나 스코어에서 내 기대치가 안 나온다. 아쉽다. 재미가 없다’고 말씀하시더라.”고 기억을 더듬었다. 이 회장은 그즈음부터 스키에 마음을 뒀다고 한다.

 

김경수 골프라이터 ksmkksm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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