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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도 넘은 ‘하도급 세일즈’

“지역업체 하도급 80%까지 높여라”…지자체의 행정 횡포

지역하도급 참여율 높이기 위한 압박 방법도 각양각색

단순 권고 수준 넘어 인허가권 무기 삼아 지역사 세일즈 강요

 

지자체의 과도한 자기 식구 챙기기에 지방 현장을 운영하는 건설사들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지역 경기 활성화를 내세워 무리한 지역업체 하도급 세일즈를 강요하는 인허가권자의 압박에, 믿을 수 있고 검증된 협력업체와 일하기가 어려워지고 있어서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전국 지자체들은 경쟁하듯 원청 건설사들에 지역업체 하도급 참여율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당장 이번달만 따져보더라도 대전, 대구, 울산, 세종, 전주, 포항, 평택 등의 지자체에서는 다양한 자리를 통해 지역업체 하도급 참여 비율 확대에 대한 주문이 잇따랐다.

다른 지자체들 역시 시기만 달랐을 뿐, 이러한 움직임은 이미 전국적으로 보편화하는 추세다.

최근 들어서는 지자체의 ‘지역업체 밀어주기’가 공공공사뿐만 아니라 민간공사 영역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특히, 지자체의 간섭은 단순 권고 수준을 넘어 건설사들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이들 지자체는 지역업체에게 배분하는 하도급의 비율을 적게는 50%에서 많게는 70% 이상까지 채우라고 강요한다.

이미 지자체별로 조례와 지역 의무 공동도급 제도, 지역 제한 입찰제도, 하도급 이행계획서 제출 등 다양한 규제가 존재하지만, 이외에도 시공사에게 비공식적인 압력을 행사하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지역 내 건설사 관계자들을 불러모아 간담회를 개최하는 것이다. 이 자리에는 원청 시공사만 부르는 것이 아니라 지역 하도급업체들까지 함께 참석시킨다. 간담회라고 하지만 주목적은 원청 시공사의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업체들과의 만남을 주선해 하도급 관계가 맺어지도록 협조를 요청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밖에도 인허가 담당자들이 시공사 본사를 직접 방문하거나 서한문을 발송해 지역 하도급 참여를 독려하기도 한다.

다음 단계는 행정력을 총동원해 직접적인 압박에 나서는 것이다.

지자체들은 담당 공무원으로 구성된 특별 점검팀을 꾸려 역내 시공 현장에 대해 하도급 실태 조사를 벌인다.

불법 하도급 계약을 방지한다는 명목이지만, 실상은 지역업체 하도급 참여율을 높이기 위한 압박 수단으로 활용된다. 특별 점검반은 사업장에서의 지역업체 하도급 참여율을 정기적으로 살펴보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인력과 장비 사용에 대해서도 지역 참여율을 상향할 것을 종용한다.

이러한 지자체의 요구는 공정해야 할 시장 경제 원칙과는 거리가 먼 강요 행위에 해당하지만, 시공사는 입도 뻥긋할 수 없다.

인허가권을 쥔 지자체의 지시를 따르지 않을 경우, 정상적인 공사 수행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건설사 관계자는 “지자체에서 수립한 목표치보다 하도급 참여율이 떨어지는 현장에 대해서는 소음ㆍ진동ㆍ먼지 등으로 인해 각종 환경 민원이 접수됐다며 노골적으로 현장 단속을 강화하고, 급기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향후 인허가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는 식의 압박까지도 서슴지 않는다”라며 “자신들의 뜻을 관철하기 위해 정상적인 공사 진행까지 가로막는 것은 건설노조와 다를 바 없는 행태”라고 토로했다.

 

김희용기자 hy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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