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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정판의 심리학

   

 로미오와 줄리엣은 3일간의 불타는 사랑을 나누다 함께 죽는다. 첫 눈에 서로에 빠져들지만 몬테규와 케플릿가의 악연이 가로막았다. 그들은 운명적인 만남과 비극적인 죽음을 교차해가며 지고지순한 사랑의 전형을 만든다. 죽음마저도 그들을 갈라놓을수 없었던 것은 금지된 사랑이였기 때문이다.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사람일수록 그리운 법이다. 사람의 매력지수도 마찬가지다. 까탈스럽고 도도한 여인네일수록 주가가 오른다. 눈웃음이 헤픈 여자를 결혼 상대로 선택할 남자는 없을 것이다.몸값을 올리려면 깐깐한 면모를 자기만의 개성으로 만들어내야 한다. 프로비지니스맨의 자격도 마찬가지다.

 

 지금 TV시장은 거거익선(巨巨益先)이다. 코로나로 집에서 영화와 스포츠 중계를 실감나게 즐기기 위해서다. 10년을 훌쩍넘긴 TV를 바꾸려고 아내와 함께 매장을 찾았다. 판매원을 찾아 유투브 동영상을 깨끗한 화질로 시청하고 싶고 음질도 신경쓴다고 했다.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동선을 바꾸어 한쪽끝으로 앙내했다. 그가 보여준 것은 전시품이었다. 그는 이 물건이 딱 그 사양인데 6개월간 전시되어 475만원을 하던 것을 229만원에 줄 수 있다고했다. 다만 자기네 매장은 다 팔려서 다른 매장에 남아 있어야 되니 알아봐야 한다고 했다. 얼마나 인기가 많았으면 남은 물건이 없을 정도일까? 좀 늦게 받아도 좋으니 꼭 좀 알아봐달라고 부탁했다. 물건이 없을 수도 있다는 말에 입장이 뒤바뀐 것이다. 홈쇼핑 방송을 잘 살펴보라. 잔여 물량을 표시하는 카운터가 제로를 향해 달려가고 째깍째깍 흘러가는 시계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오면 화면하단에 떠있는 상담전화번호가 클로즈엎된다. 제품위로 "매진 임박!" 이라는 자막이 깜빡거릴 때 쑈호스트는 "지금이 아니면 이 가격, 이 조건으로 다시는 구할 수 없습니다."라며 당신의 손을 스마트폰으로 잡아이끈다. 시간과 자격을 제한해서 구매로 등을 떠미는 것이다. 몇일 뒤늦게 집으로 배달된 TV는 생생한 화질과 박력 넘치는 사운드로 만족스럽다. 그러나 매장을 알아보느라 늦어졌다는 판매원의 말이 사실인지는 모르겠다. 혹시 나 같은 고객들을 위해 마련된 전시품 창고가 하나쯤 있지 않을까?

 

 다가서기 어렵게 만들어서 오히려 갖고 싶게 만드는 것은 희소 가치의 인간 심리를 이용한 역발상의 판매술이다.고등학교 시절 학교 근처에 하루 두 편을 번갈아 상영하는 성인극장이 있었다. 걸리면 정학이였지만 몰래 들어간 이유는 금지구역이였기 때문이다. 손에 넣기 어려울수록 더 갖고 싶은 법이다. 노력과 수고가 보태지면 애착심이 높아지는 것도 마찬가지다. 자동차를 계약할 때,그들이 기나긴 서류를 직접 작성하게 하는 이유를 이제 알것 같은가? 서류를 작성하며 따져보고 고민하는 시간은 자신의 결정을 정당화하는 이유를 찾는 시간이 된다. 차를 몰고 집과 직장까지 한번 가보고 마을도 한번 둘러보라고 부추기는 것도 그런 이유다. 서면을 통한 수기 계약은 말로 하는 구두 계약과는 비교할 수 없는 충성도를 만든다. 물건을 직접 음용하거나 사용하면 이전과는 다른 프레임이 형성된다. 당초의 경제적 관점에서 취소에 따르는 심리적 부담의 관점이 바로 그것이다. 꽁생원으로 불리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지금은 사라진 열풍이지만 외국 대통령이 방문하거나 국가적인 큰 행사때 한정판 우표 쉬트를 발행하면 그걸 사려고 새벽부터 우체국앞에서 진을 쳤던 기억이 있다. 한정판이었기 때문이다. 요즘은 신발이 그런 유행의 선두주자다. 한밤중이나 새벽에 어느 건물 모퉁이로 젊은이들의 행렬을 늘어섰다면 그런 욕구때문이다. 디지털 시대에 맞게 온라인마켓에서 아바타로 줄을 세우기도 하고 제품 출시 전 사전 신청을 받고 발매일에 수량에 맞춰 추첨하기도 한다. 물론 당첨자만 신발을 소유한다. 이런 ‘스니커테크’로 거래가 활발한 브랜드는 역시 나이키와 아디다스다. 나이키 '에어조던시리즈'와 아디다스의 '이지부스트시리즈'가 그 중 대표선수다. 나이키는 에어조던시리즈를 소량으로 출시해왔는데 '조던6트래비스스콧'은30만원이었지만 중고시장에선 190만원이다. 이지부스트 시리즈도 중고제품이 되면 서너배로 가격이 오른다. 한정판으로 수량이 제한되니 골동품 효과가 나타나 시간이 흐르면 오히려 가치가 올라간다. 당신의 제품에 쉽게 다가서지 못하게 하라. 유통을 제한하거나 가격을 올리는 것도 그런 방법이다. 물론 당신이 파려는 물건이 그럴만한 자격을 가졌을 때나 가능한 일이지만.

 

김 시 래 동국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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