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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완의 공공미술 산책] <44> 쿠사마 야요이作 ‘헬로, 안양 위드 러브’

물방울무늬의 동화적 상상력
   
안양 범계역 평화공원(2007)

 

   
   이수완 대표

 지하철 4호선 범계역 7번 출구 방향 평화공원 앞에는 일명 ‘물방울무늬 작가’로 유명한 구사마 야요이(Kusama Yayoi)의 작품 ‘헬로, 안양 위드 러브’(Hello, Anyang with Love. 2007)가 놓여 있다. 꽃잎이 활짝 핀 커다란 꽃 아래 다섯 마리 물방울무늬 강아지가 에워싸고 있는 형상이다.

작열하는 태양을 떠올리는 이 붉은 점의 꽃은 다섯 마리의 강아지들보다 우월한 높이에서 그들을 따뜻하게 감싸고 있는데, 마치 예수와 제자들의 관계처럼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함께 공생하고 의존하고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인간은 실존을 위한 타자를 필요로 하기에 그들의 관계는 공생 이상의 여운을 심어준다. 표면적으로는 꽃과 다섯 마리 강아지의 관계이지만, 좀 더 들여다보면 그 관계들은 작가와 작가를 둘러싼 다층적 기억과 경험, 상황을 형상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실 작가는 어렸을 적 줄곧 이어진 가정학대로 정신질환을 앓으며 지금도 정신병원에서 지내고 있다. 자신을 지켜줄 대타자를, 현존하지 않지만 그의 강박적 점으로 탄생한 대타자를 꽃과 강아지로 형상화했음이 분명하다. 결국 그에게 있어 유일한 탈출구는, 무한한 점(DOT)이다.

점이 관객에게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점은 선보다 단단하면서 강렬한 에너지를 동반한다. 점들이 많아질수록 경쾌한 운동성은 배가되며, 작품 안에서 반복되는 점들은 작가가 희망한 밝은 기운과 맞닿는다. 그래서일까, 작품을 바라보면 어느새 강아지와 꽃 사이에 그어진 구분은 희석된다. 꽃으로부터 강아지가 등장하고 강아지로부터 꽃이 가능해지며, 비로소 작가가 원하던 것이 드러난다. 바로 ‘인간애’이다.

인간애를 향한 작가의 마음은 2007년 APAP 프로젝트(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에 참여했을 당시의 서신에도 잘 드러난다. 당시 그는 “내가 우울했을 때 알록달록 밝은 색깔의 강아지 다섯 마리를 데리고 꿈나라 같은 안양에 왔어요.… 안양 들판의 다섯 마리 강아지에게 위로를 받으며, 흰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난 하늘 아래 누워서 끝없이 잠들고 싶어요”라는 메시지를 주최 측에 보냈다.

동화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 메시지는, 작가의 내면에서 보내는 신호와 같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사랑과 평화와 상상과 자유, 그리고 인간적인 어떤 것이라는 것을. (도아트컴퍼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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