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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창] 그런 여인

   

아들 부부가 아기를 낳지 않기로 했다는 말을 듣고 그게 좋다면 너희 생각대로 하라는, 외동딸이 독신으로 살겠다고 하자 그게 행복이라 여긴다면 나쁘진 않다는, 결혼은 사랑해서 하는 것보다 사랑하기 위해서 하는 게 더 낫다는, 오늘의 평화가 삶의 진실이라 여기는, 보이는 것은 잠시뿐 보이지 않는 것이 영원하다는, 늙어가는 것보다 삶이 녹 쓰는 것을 더 두려워하는, 그런 여인입니다.

 

 머플러를 매고 꽃무늬 치마를 즐겨 입는, 아직은 입술에 붉은 기운을 조금 남기고 싶어 하는, 혼자 흥얼거리며 노래 부르기를 즐기는, 나무 그늘 밑에 앉아 책 읽기를 좋아하는, 혼자만의 고요초롬한 시간을 마련할 줄 아는, 기쁘면 웃음을 감추지 않고 슬프면 울음을 꺼낼 줄 아는, 제 처지에 순응하고 자족하며 감사할 줄 아는, 그런 여인입니다.

 

 남의 허물을 입에 올리거나 분별하지 않는, 혀는 비난보다는 찬미하는 게 소임이라는, 육의 욕망과 눈의 자만조차 교만이라 여기는, 제 것 쪼개 이웃과 나누며 섬길 줄 아는, 아픈 이의 손을 잡고 한나절이라도 앉아 있고 싶어 하는, 기쁨도 슬픔도 생명도 때가 되면 다 지나간다고 인식하는, 사는 건 욕망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의미를 채우는 일이라 여기는, 그런 여인입니다.

 

 그녀 향선香善, 향기는 겉에서 나는 게 아니라 안에서 우러나는 법이지요. 이름과 사람이 잘 어울리는, 모과처럼 향기롭고 가을 들판같이 선한 여인. 그녀가 엮어온 나이테가 궁금하다고요? 그건 묻지 마세요. 나이가 뭐 그리 대수인가요. 애초부터 그랬고 지금도 여인이며 앞으로도 여일하게 여인일 테니까요.

 

정 태 헌(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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