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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은경의 세상읽기] 내 이름은 심은경입니다

   

<내 이름은 심은경입니다>라는 책이 있다. 전 주한미국대사 캐슬린 스티븐슨이 한국 이야기를 전하는 책인데, 그녀의 한국 이름이다. 한국에서 평화봉사단원으로 활동할 때 동료들이 지어준 이름이란다. 내 이름은 돌아가신 아빠가 지어주셨다. 흔한 이름이지만 아빠의 사랑과 온기가 담긴 유일한 흔적이다.

요즘 난생처음 연예인 덕질 중이다. 바로 미스터트롯 정동원. 집콕이 일상이 된 우울한 코로나 시대에 그는 위로와 희망이었다. 그래봤자, 네이버 동영상에 하트 누르고, 응원댓글 남기고, 열심히 조회수 늘리는 게 전부지만. 팬카페 가입도 안 했으니, 그냥 아웃사이더 팬이라 치자.

그러던 어느 날 유튜브 댓글을 탐색하다 내 이름을 발견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정동원 가족에 대한 음해와 비방, 왜곡된 유언비어가 도를 넘은 상태였기 때문. 유명세라기엔 너무 가혹했고,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는 잔인하다 못해 폭력적이었다. 네이버에 종종 댓글은 달았지만, 유튜브엔 댓글을 달아본 적 없었기에 걱정부터 앞섰다. 다행히 응원댓글이었다. 생각해주는 척 상처를 건드리는 댓글이 아니어서 얼마나 감사하던지.

괜한 염려였다. 출연자와 자신을 둘러싼 근거 없는 소문에 대해, 그는 침묵하지 않았다. “요즘 저와 관련해 형들하고 장난하는 것을 가지고 이상한 말로 형들과의 사이를 좋지 않게 만든다. 제발 저에 대한 나쁜 얘기를 안 했으면 좋겠다. 그 외에 확실하지 않은 얘기도 하지 마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상처 주지 말라”고. 솔직하지 못한 어른들의 이중적 태도로 인해 온갖 루머에 시달려야 했지만, 자신으로 인해 불거진 루머에 대해선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야무지고 당차지 않은가. 아이에게서 많이 배우고 느낀다.

‘눈에 별 박았니?’ 어느 찐팬의 말을 꽤 오랫동안 곱씹어보았다. 나는 소망한다. 언젠가 나의 연예인을 만나게 되는 날, 그의 반짝이는 눈동자 앞에서 부끄럼 없기를. 당당히 내 이름을 밝힐 수 있는 어른이기를 말이다. 지면을 빌어 미리 연습 좀 해야겠다.

“내 이름은 심은경입니다.”

(아동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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