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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창] 아들을 기다리며

   

아들 녀석 휴가가 취소되었다. 괜찮으냐고 물으니 “뭐 그렇지.” 하는데 체념한 목소리다. 어쩌면 그게 편할지도 모르겠다. 아들이 있는 곳은 중·동부전선이다. 수색대대라 일 년의 반을 GOP에서 지낸다. 얼마 전에는 가파른 철책선 주변을 기어올랐다며 다리가 바위처럼 딴딴해졌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기다시피 올라야 할 정도로 험준한 산악지대여서 ‘네 발 계단’이란 이름까지 붙었단다. 그런 곳을 하루에도 몇 번씩 오르내린다니 나는 상상만으로도 숨이 찬다. 매복 작전에 경계근무가 주 업무라고 했다. 북한 땅을 마주한 최전방이니 그럴 수밖에 없겠다.

 

 아들은 직업군인이라 한 달에 한 번 정도 집에 다녀가곤 했다. 하지만 그건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전 이야기다. 지금은 부대 밖으로 외출도 자유롭지 못해 산 사람이 되었다고 한다. 녀석은 휴가를 나오면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이 대부분이었다. 정작 나는 녀석의 뒤통수나 자는 모습으로 만족해야 했다. 섭섭해도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다양한 사람을 접할 수 없으니 사회의 모든 게 얼마나 그립겠는가. 또 군대라는 곳은 상명하복이 엄격해 그에 대한 부담감도 어깨를 무겁게 했을 터다. 그렇게 억눌린 감정을 풀고 재충전하는 게 휴가였다.

 

 그런데 전염병이 수그러들 기미가 없자 휴가가 전면 통제되면서 자꾸 미뤄졌다. 하긴 군대뿐이랴. 사회에서는 학생들의 등교도 그렇고 단체의 모임도 제한받고 있다. 괜찮아지겠지 하다 보니 벌써 가을이 되었고, 이 사태가 언제까지 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쩌면 일상이 이렇게 변해가는 건 아닌가 하는 두려움도 없잖다.

 

 바쁜 시간 쪼개 녀석이 좋아하는 걸 준비했건만 휴가가 미뤄졌다는 말에 맥이 풀린다. “엄마, 비빔국수랑 김치찌개, 계란찜도 먹고 싶어.” 하던 녀석의 목소리가 맴돈다. 뒤통수만 바라봐도 좋으니 함께 식탁에 앉고 싶다. 더불어 감성의 계절 가을은 부디 코로나에 무릎 꿇지 않기를 또한 바란다.

 

장 미 숙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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