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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창] 곤마(困馬)

 

   

부동산 때문에 온 나라가 들썩인다. 인생이나 바둑이나 집이 문제다. 바둑에서는 두 집을 내지 못하면 미생(未生)이라 하고, 미생인 돌을 곤마(困馬)라고 한다.

 

 요즈음 젊은 남녀가 결혼을 미루는 이유는 경제적인 문제이고, 그중에서 집 장만하는 데 드는 비용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한다. 결혼한 후에는 집을 마련하기 위한 곤고한 삶이 기다리고 있다. 기껏 저축해 놓으면, 전세금을 올려달라기 일쑤다. 사는 평수를 줄여가며 변두리로 전전하는 가장과 두 집을 내기 위해 곤마를 이끌고 반상(盤上)을 헤매는 기사와 무엇이 다르랴.

 

 나는 이층집 옥탑방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했다. 큰아이가 서너 살 때까지 그곳을 벗어나지 못했다. 어린 것이 어쩌다 한번 가본 아래층 주인집이 시원해서 좋았던 모양이었다. 아침만 되면 내려가자고 보챘다. 주인집 아줌마는 보는 데서는 오냐오냐했지만, 속마음은 그게 아니었다. 어느 날 그녀와 이웃 사람이 나누는 이야기를 아내가 듣게 되었다. “아, 글쎄 고 어린 것이 아침마다 내려오는데 성가시어 죽겠어요.” 아이는 그날 이후로 옥탑방에 내리쬐는 햇볕의 위력을 고스란히 받아 내어야 했다.

 

 내 집이라고 열세 평짜리 아파트를 장만해서 완생(完生)하기까지 사글세, 전세로 전전했다. 어느 해는 이사를 두 번이나 했더니 투기꾼으로 찍혀 소명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이사 간 주소지 동사무소마다 다니면서 전세 살았다는 증명서를 한 보따리 떼어 세무서에 갖다 바쳤던 쓰디쓴 기억이 있다.

 

 바둑은 집이 많고 적음으로 승패가 나지만, 우리네 행복의 척도는 그렇지 않다. 집이야 넓든 좁든 그 안에서 단란한 가정을 이루어야 값어치가 있다. 안 먹고, 못 입어가며 장만한 집에서 ‘쨍그랑’ 소리가 나서야 되겠는가. 곤마를 이끌고 헤매었던 고생을 생각해서라도 ‘하하 호호’ 소리가 담장을 넘어야 하지 않겠는가.

 

조 이 섭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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