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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구관이 명관'의 현대적 해석이 주는 시사점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이 우리에게 무척 익숙하다. 경험이 많을수록 더 훌륭하다는 말과 같다. 옛 추억에 무게가 실린 말이기도 하다. 미국 사회도 예외가 아닌 듯하다. 델컴퓨터나 스타벅스 같은 대기업도 경영위기를 맞아 해결 방안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구관 ceo를 재소환 했다. 전직 ceo 재소환 현상을 미국에서 부메랑 ceo로 통칭한다. 경영 상태가 점점 악화되고 경쟁은 더 치열해지는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구관 소환에 대한 성과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최근 MIT대학 내 슬로안경영연구소가 신용평가기관 S&P에 등재된 1,500개 회사 중 부메랑 ceo를 재소환 한 167개 회사를 샘플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었다.

부메랑 ceo 재소환 배경에는 급변하고 있는 시장과 산업의 환경, 지구온난화 가속화 등 기업 통제밖에 있는 외생변수 영향이 크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산업과 산업 간, 시장과 시장, 기술과 기술 사이 경계선이 허물어지면서 새로운 시장과 상품이 하루가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전통적인 기술보다 융합기술, 새로운 직무 수요 등의 지배력이 커지면서 기업 경영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으나 뽀족한 방법을 찾아내기 어려운 기업들이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키기 위한 선택으로 구관을 재소환 하여 활용하는 시도로 해석된다. 구관이 경영 일선에서 일했던 시기에는 시장과 산업, 기술의 변화가 비교적 느리게 진행되었다. 성장일변도 경영이 가능했기 때문에 부메랑 ceo 재활용에 대한 성과 평가가 주요 이슈로 등장했다. 부메랑 ceo 재활용 논란을 계량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목적으로 MIT가 샘플조사를 한 것으로 보인다.

 

 조사 결과는 기업들의 기대와 다르게 나타났다. 부메랑 ceo 경영진이 포진한 기업의 성과가 신관 ceo 경영 기업보다 평균 성과가 10.1% 낮게 나왔다. 성공보다 실패 사례가 다수다. 물론 애플사를 회생시킨 고 스티브잡스, 위기에 몰린 스타벅스를 살린 하워드 슐츠 같은 성공 부메랑 ceo도 있다. 그런가 하면 엔론이나 델콤퓨터와 같은 부메랑 ceo 활용 실패 사례도 있다. 구관을 재소환한 기업의 평균 주가가 그렇지 않는 기업의 주가보다 60% 이상 후퇴했다는 조사 결과는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이 효력을 상실했다는 것으로 해석 될 수 있다. 조사 결과는 구관이 신관보다 경영 역량이 떨어진다는 해석보다는 과거와 현재 경영 환경 차이로 해석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외생 변수에 좌우되는 기업 경영 환경에 차이가 크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2016년에 공개된 제4차 산업혁명이나 디지털 전환시대, 2020년 3월에 선언된 코로나 팬데믹은 글로벌 시장과 산업 환경이 완전히 달라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미래학자들이 공통되게 주장하는 예측이 있다. 사라지는 일자리보다 생겨나는 새로운 일자리가 더 많다는 말에 희망이 보이기는 한다. 다만 새로운 일자리가 요구하는 직무가 익숙해져 있는 직무가 아니라는 차이는 있다. 한번 익힌 지식과 경험을 평생 동안 활용 할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오래전에 끝났었다. 지식을 평생교육을 통해 끊임없이 새롭게 재무장해야 한다. 경험한 경영 기술의 유효기간은 시간이 흐를수록 단축되고 있다. 구관이 신관을 넘어 설 수 없다는 뜻이다. 안정된 변화 시대는 당분간 되돌아오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인재의 중요성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사람에 의존하는 경영은 더 이상 힘을 얻을 수 없다.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 사람 교체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시장 수요 맞춤형 지식 역량을 갖춘 인재가 많지 않다. 구관일수록 과거 성공 스토리에 매몰되기 싶다. 급변하는 환경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사람 의존에서 데이터 및 시스템 기반 경영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것이 디지털 경영의 핵심이다. 경험에 의존한 주관적 의사결정보다 데이터 기반 해석을 거쳐 객관적 판단으로의 주관이 요구된다. 기업 경영의 후퇴는 곧 시장에서 퇴출됨을 의미한다.

 

 퇴출 속도가 과거보다 훨씬 빨라졌다. 환경 변화의 공통점은 새로운 전략과 기술, 그리고 개인이 아닌 시스템 기반 팀과 조직 플레이를 요구한다. 지식과 경험이 많아질수록 시장과 산업을 읽는 시야가 넓어진다. ‘한 우물을 깊이 파라’는 옛말은 개인의 요소 기술 숙련과 완성에는 도움이 될 뿐이다. 그러나 팀과 조직을 이끌어 가야 하는 리드그룹에게는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카멜레온 경영’이 더 유효한 기술이다. 카멜레온이 주위를 변화시키는 게 아니라 주변이 카멜레온의 색깔을 바꾼다는 정설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유효 할 것 같다. 경영에 일선과 후방의 경계선이 따로 없다. 경영은 최전선에 있어야 살아남는다. 성공한 추억에서 빨리 벗어나는 길로 들어서야 한다. 시장과 산업의 변화 속도는 준비 시간을 주면서 기다려 주지 않는다. 아날로그 경영에서 디지털 경영으로의 전환 속도가 빠를수록 생존하고 성장 할 기회는 많아진다. 위기는 언제는 기회를 동반해왔다는 역사적 사실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 같다.

 

이 복 남 서울대건설환경종합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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