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마음의 창] 아버지의 장딴지

   

 

 소파에 앉아 다리를 꼬려다가 무심코 눈길이 장딴지에 가서 멈춘다. 젊어서 마라톤 한답시고 뛰어다닐 때의 그 장딴지가 아니다. 힘을 불끈 줘 봐도 근육이 예전처럼 단단하지 않거니와 금세 흐물흐물 풀어져 버린다. 옆자리 아내가 볼까 봐 짐짓 딴청을 부리는데, 삼십 년도 더 된 기억 한 자락이 걸려든다.

 

 아버지께서 중풍을 맞으셔서 우리 집에 올라와 계셨다. 그때만 해도 뇌졸중은 수술하면 안 된다느니, 머리에 칼을 대면 죽기 아니면 살기 양단간에 결딴이 난다고 믿던 시절이었다. 한의원에서 침을 맞는 것이 최고인 줄 알고 그렇게 했으나 완쾌가 되지 않았다. 발음이 어눌하고 한 쪽 수족의 불편함이 후유증으로 남았다. 재활 운동을 바깥에서 하면 좋으련만, 4층에다 승강기마저 없어 오르고 내릴 엄두를 못 내었다. 집 안에서 지팡이를 짚고 걸어 다니는 게 고작이었으나 아버지는 하루도 거르지 않으셨다. 나는 출근하고 나면 그만이지만, 아내는 유치원에도 다니기 전인 어린 사내아이 둘을 키우며 시아버지 병시중을 들었다.

 

 어느 일요일, 아버지께서 아내와 나의 도움으로 목욕과 면도를 마쳤다. 소파에 앉아 장딴지를 쓰다듬으며 무어라 웅얼거리시기에 귀를 쫑긋하고 들이밀었다. “얘야, 이제 장딴지에 힘이 쪼매 오른다. 봄에는 과수원에 내려가도 되겠다.” 나는 일 년도 채 지나지 않아서 사그랑주머니가 되어 버린 아버지의 장딴지를 만지며 큰 소리로 말했다. “맞심더. 제가 만져 봐도 디기 단단해 졌심더!” 아버지는 노동과 농사일로 단단했던 당신의 장딴지를 상상하시는지, 기분 좋은 표정으로 주무르다 만지고 또 쓰다듬고 하셨다. 그러나 아버지는 과수원에 내려가신다던 그 봄에 하늘나라로 올라가시고 말았다.

 

 불현듯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 오는 바람에 아내에게 한마디하고 일어선다. “여보, 내 장딴지도 바람 빠진 풍선처럼 되기 전에 산책이나 다녀올게요.”

 

 조 이 섭 (수필가)

 

〈e대한경제-무단전재 및 배포금지〉

 

 

 

 

 

 

 

HOME TOP
뉴스검색 닫기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