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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영끌’을 바라보는 슬픔

   

‘한국의 워런 버핏’ 메리츠자산운용 존 리 사장을 혼자서 스승님으로 삼은 지 오래다. 스승님 경제관에 공감하고 투자 철학에 공명하면서 얼마 되지 않는 자산 관리에 활용하고 있다.

알고보니 스승님도 모르는 제자들이 전국에 수십 만 명은 되나보다. ‘동학개미운동’에 가담한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스승님 ‘어록’을 주고받고 있고, 올 초에 출간된 <존 리의 부자되기 습관> 이라는 책은 10만 부 판매를 훌쩍 넘어섰다.

그의 지론은 간명하다. “노동수익보다 자본수익의 증가 속도가 월등히 높기 때문에, 돈을 증시에 투자해 기업을 위해 쓰이도록 하는 자본가가 되어야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또한 사교육비나 자동차, 커피 소비 같은 ‘쓸 데 없는 일’에 돈을 낭비하지 말고 최대한 투자 자금을 마련하라고 조언한다.

투자의 시대다. 나이와 세대를 가리지 않고 모두가 투자, 투자를 외친다. 노동이 아니라 돈이 돈을 버는 세상, 정직한 노동만으로는 중산층으로 버텨내기 어려운 세상에서 오로지 투자만이 해법이 되었다.

특히 20대, 30대 청년들이 존 리의 주장에 공명하는 것은 당연하다.

열심히 일해서 한 달에 몇 백만원씩 벌어봤자, 20년을 한결같이 꼬박 적금을 부어봤자, 결국 내집 한 채도 구할 수 없을 거라는 계산이 손쉽게 나오기 때문이다. 수억원, 십수억원에 다다른 집값ㆍ전셋값을 감당할 희망이 보이지 않고, 평생 월세 내며 살아야하는 신세가 처량해 일종의 투기에 나서는 것이다. 어떻게라도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영혼을 끌어모아서, 투자로 한바탕 진검승부를 가려야겠다는 결의가 넘쳐나는 것같다.

지난 여름,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거래의 상당 부분이 20ㆍ30대 젊은이들의 영끌이었다는 통계가 나왔다. 정부 부동산대책이 또 한 번 실패로 돌아가 집값이 오르면 이들은 성공한 영끌 투자자가 되겠지만, 혹시라도 정부대책이 드디어 효과를 거둔다면 이들은 투자에 실패한 낙오자가 될 수도 있다.

투자는 기필코 리스크를 수반한다. 투자하지 않으면 밑바닥으로 떨어진다는 위기의식이, 투자에 실패해 밑바닥으로 떨어지고 말았다는 절망적인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또다른 불평등의 확대, 또다른 소외감과 위기감의 확대가 뻔해 보인다.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영끌 세대를 바라보는 입장은 한 마디로 슬픔이다.

한때 젊은이들은 ‘욜로(YOLO)’를 외쳤다. You Only Live Once! 한 번밖에 없는 인생인데 너무 미래를 걱정하지 말고 즐기면서 살자, 로마의 시인 호라티우스가 말한대로 ‘이 순간을 꽉 붙잡자(Carpe Diem)’ 하던 젊은이들이었다. 그때는 참 멋져 보였는데, 그들이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소확행)’을 벗어던지고 영끌을 택한 배경이 안타깝다. 직접적인 배경의 하나, 부동산시장 불안의 그림자가 이렇게 짙구나 싶다. 진득히 자기 역할에 충실하면서 나름의 행복을 추구하는 문화를 불살라버린 것같다.

 

신정운 부동산부장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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